[과학핫이슈]맞설 수 없는 존재 ‘낙뢰’ 극복할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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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 양양군 설악해수욕장에서 낙뢰를 맞은 남성이 치료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마철에 이어 다가오는 여름철 어김없이 발생하는 낙뢰는 이처럼 심각한 인명 피해는 물론 재산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경계 대상인 자연재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낙뢰 빈도와 강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경고하면서 낙뢰 대비책에 관한 관심이 커진다.

낙뢰는 구름에 쌓여 있는 전기 에너지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낙뢰로 인해 발생하는 불빛을 번개, 소리는 천둥이라고 한다.

낙뢰 발생 전제 조건인 구름 내 전기 에너지 응축은 정전기 발생 원리와 유사하다. 지상층 대기 내 수증기가 지열로 인한 상승기류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갈 때 구름이 생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구름 상부에는 차가운 공기가, 하부에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쌓인다.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공기가 섞이면서 마찰이 발생하면 이때 정전기가 만들어진다. 구름 속 정전기는 구름 크기에 비례해 막대한 양이 쌓이게 된다. 막대한 양의 정전기를 품은 구름이 지면과 가까워지면 낙뢰 형태로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낙뢰가 지상으로 떨어질 때 동반되는 전하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낙뢰 전하량은 평균 10억 볼트(V), 전류는 2만~3만 암페어(A)로 100와트(W) 백열전구 7000개를 8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수준이다. 방전 범위 또한 최소 1㎞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낙뢰가 떨어질 때 열기는 태양 표면온도 5배에 달하는 3만℃ 수준이다.

국내에서 낙뢰는 6~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기상청의 낙뢰 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평균 낙뢰 횟수는 10만 8719회로 이 가운데 70% 이상이 6~8월에 집중됐다. 특히 최근 대기 불안정으로 낙뢰를 동반한 소나기와 우박이 곳곳에 예보되면서 낙뢰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낙뢰 발생 빈도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로 점차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대기 온도가 1℃ 상승할 때 낙뢰 발생 가능성은 5~6% 증가한다고 보고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1세기 전 대비 전체 낙뢰 발생 가능성이 3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낙뢰 직접 피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산불, 건축물 파괴 등은 물론 간접 피해 또한 상당하다. 낙뢰 방전 범위 내 전력계통에 과도한 전압이 침입하는 ‘서지(Surge)’ 현상이 발생하면 전력계통과 이어진 장비가 훼손된다. 이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력 및 통신설비 오작동을 일으켜 산업시설 등을 멈추게 해 경제적 피해는 물론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낙뢰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 바로 ‘피뢰침’이다. 미국의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이 1752년 열쇠를 매단 연날리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 일종임을 밝히고 번개를 지상으로 흡수하는 피뢰침을 발명했다.

레이저 빔을 이용해 떨어지는 낙뢰 경로를 바꾸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오렐리앙 우아르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교수 연구팀은 올해 초 스위스 북동부 산티스 산 정상의 통신탑 옆에 초대형 레이저 기기를 설치했다. 고출력 레이저를 하늘 위로 쏘아 올리면 지상의 피뢰침처럼 낙뢰가 레이저 방향으로 유도될 것이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실제 연구팀은 10주 동안 실시한 실험에서 간 이어진 실험에서 낙뢰 경로가 틀어진 모습을 포착하면서 가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비용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레이저 피뢰침 실용성을 높여 낙뢰를 극복할 수 있는 과학계의 후속 연구에 이목이 쏠린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