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미국은 자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 구축 및 기술표준 리더십 확보를 골자로 한 ‘핵심, 신흥기술 표준 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민간 중심으로 진행해 왔던 국제표준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고, 6개 특정 분야에 대한 표준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지도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우선순위 기술 분야 가운데에는 최근 활발하게 새로운 표준개발이 이뤄지는 양자, 바이오 제조 및 데이터 기술 분야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필자가 주목해서 보는 분야는 바로 양자기술분야다. 지금은 바야흐로 양자과학기술분야 삼국지 시대다.
양자과학기술은 정보통신산업과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미래 핵심전략기술로, 미국과 중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현 정부도 양자기술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12대 국가 전략기술 가운데 하나로 양자기술을 선정해 올해 984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양자기술 전략로드맵을 마련했다.
양자기술분야에 있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양자기술 선두국가인 미국과의 과학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한미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서에 서명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12개국이 참여하는 양자과학기술 다자협의체에 정식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됐다.
5월에 열린 한미과기공동위에서도 양자기술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과기공동위 전날 열린 한미 퀀텀 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산·학·연의 실질적인 협력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번 한미과기공동위를 계기로 미국국립표준연구소(NIST) 대표단과 만나 구체적인 연구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양 기관은 국가측정표준대표기관으로서 측정표준 연구를 진행하며, 동시에 양자기술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측정표준, 측정과학은 모든 과학기술 발전의 기본이다. 측정할 수 있는 만큼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가운데 측정과학분야 연구자들이 유독 많았던 것은 측정 정확도와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과학의 지경이 넓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측정의 발전은 곧 과학기술 발전이었고, 이는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양자기술은 새로운 측정기술개발을 필요로 하는 분야일 뿐 아니라, 미래 기술을 선도하고자 하는 각국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분야다. 이러한 점에서 표준연과 NIST의 연구협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표준연은 30여 년 전부터 양자기술연구를 진행해왔고, 2017년부터는 양자기술연구소를 만들어 양자기술연구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특별히 작년부터는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을 조직해 초전도기반 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2020년 비밀공유 양자원격전송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고, 현재 양자사이버보안 솔루션을 위한 양자 원천기술 및 암호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물리학의 난제 해결을 위한 중성원자기반 양자시뮬레이터등도 개발 중이다. 양자중력센서, 고감도 양자자기센서 등 양자센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소자와 양자기술이 혼합된 양자 스커미온 연구, 내결함성 양자컴퓨팅이 가능할 양자소재 연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50년 가까이 협력을 이어 오고 있는 표준연과 NIST가 양자기술분야 연구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과의 기술의 격차를 좁히고, 핵심연구성과 창출의 시기를 앞당기는 중요한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황찬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장 cyhwang@kriss.r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