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누리호 3차 발사 성공! 한국 우주산업, 이제 달 착륙 노린다?

지난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3차 발사됐다. 발사 123초 후, 누리호는 고도 66㎞ 상공에서 1단 로켓을 분리하며 우주로 향했다.

발사 234초 뒤에는 위성을 보호하던 페어링이, 272초 뒤에는 2단 로켓을 분리했다. 13분 3초 후에는 주요 탑재체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목표 고도에 무사히 사출됐다. 그 뒤에는 큐브위성 7기가 20초 간격으로 차례차례 분리됐다.

3차 발사 과정에서 누리호가 용오름처럼 힘차게 솟아올랐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3차 발사 과정에서 누리호가 용오름처럼 힘차게 솟아올랐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43분 뒤인 오후 7시 7분,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생존 신호가 남극 세종기지 기지국에 수신됐다. 이어 오후 7시 58분에는 대전 지상국을 통한 초기 교신이 발생했으며, 26일 새벽에는 대전과 해외 지상국을 통해 추가 교신 7차례가 이뤄졌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목표 궤도에 잘 안착했다는, 누리호 발사의 성공 신호였다. 영상 레이더 장비가 잘 작동하면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북극 해방 변화를 탐지할 계획이다. 국내 산림 지역의 생태 변화와 해양 환경오염 관련 정보도 관측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누리호 3차 발사가 1, 2차 발사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왜 하필이면 6시 24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에 발사했을까? 누리호 3차 발사의 목적와 의의, 앞으로 한국의 우주 계획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누리호 2차와 달리, 3차에서는 진짜 위성을 담았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누리호 2차와 달리, 3차에서는 진짜 위성을 담았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누리호 3차, 이번에는 ‘진짜 위성’ 넣었다

누리호 1차 발사 때는 위성 모사체만, 2차 발사에서는 성능검증위성을 함께 탑재했다. 이번 3차 발사에는 진짜 위성 8기를 담았다. 발사 과정도 달라졌다. 똑같은 발사체를 사용하며 자체 기술은 같지만, 인공위성을 사출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났다.

2차 발사 때는 성능검증위성이 사출된 뒤 큐브위성이 독립적으로 사출됐다. 이번 3차 발사 때는 위성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약 20초 간격으로 위성 8기 모두를 누리호 본체에서 직접 사출했다.

1, 2차 발사 때는 제작에서 발사 운용까지 모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주도했다. 이번 발사부터는 항우연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했으며, 주요 임무는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하는 합성개구레이더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우주인의 임무 환경을 가늠할 수 있도록, 근지구 궤도 주변의 우주방사선에 대한 선량 지도를 작성한다.

부 탑재위성 7기 중 도요샛 4기는 지구 자기장 같은 우주 날씨를 측정하기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들었다. 나머지 위성 3기 중 민간기업 루미르가 만든 ‘LUMIR-T1’는 우주 방사능 때문에 발생하는 위성 오류에 대응할 기술을 검증한다.

져스텍의 ‘JAC’는 광학 카메라의 성능 및 큐브위성의 자세제어 기술 검증에 활용된다.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는 한반도 지표면에서 편광데이터를 수집하고, 고장 난 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해 소멸하는 기술을 실증한다.

누리호의 비행 시퀸스 과정.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누리호의 비행 시퀸스 과정.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여명황혼궤도로 향하기 위한 6시 24분

1, 2차는 누리호의 발사체 성능을 확인할 목적으로 시행됐으며, 오전부터 준비해 발사하기 좋은 오후 5시, 4시 정각에 발사됐다. 이번 3차 발사는 오후 6시 24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으로 정해졌다.

준비 도중 저온 헬륨 공급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하자, 누리호 발사 날짜를 24일에서 25일 6시 24분으로 바꿔 대기하기도 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여명황혼궤도’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였다.

여명황혼궤도란 위성이 24시간 내내 여명 또는 황혼을 볼 수 있는 지역만 도는 궤도를 말한다. 태양은 지구의 한쪽 면에만 빛을 비추기 때문에 지구에는 태양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생긴다.

태양 빛이 비치는 공간은 낮이고 그림자가 있는 공간은 밤이므로,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있는 지역은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황혼 또는 밤에서 낮으로 바뀌는 여명 시각이다. 여명황혼궤도는 여명과 황혼이 보이는 지역을 따라 그려지는 궤도다.

국내 우주 산업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달 착륙을 목표로 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국내 우주 산업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달 착륙을 목표로 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홈페이지)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여명황혼궤도로 가게 된 이유는 태양전력 때문이다. 이 위성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영상 레이더(SAR) 장비를 탑재해 그 성능을 검증하는 게 주목적인데, 여기에는 큰 전력이 필요하다. 이 전력을 24시간 내내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여명황혼궤도다.

여기서 위성이 종일 태양을 볼 수 있으며, 위성의 태양 쪽 면이 항상 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위성의 태양전지를 태양 빛을 향하도록 조치하면 항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궤도에서 달까지, 국내 미래 우주 계획은?

누리호가 쏘아올린 인공위성 8기 중 6기는 지상과의 교신을 주고받으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요샛 4기는 3호 다솔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다. 다솔은 사출관 문 개폐 신호와 3단의 가속도 측정값이 확인되지 않는 등 사출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큐브위성 3기 중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는 긴 작대기 모양의 폴형 안테나에 자체 개발한 부착 방식의 안테나를 도입해 교신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루미르의 LUMIR-T1도 지상국에서 신호를 원활히 수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져스텍의 JAC는 신호가 잡히지 않는 상황으로 계속 교신을 수신 중이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우주기술이 국가 주요 산업이 되는 첫 길을 열었다. 또 이 과정에서 민간 영역이 대거 참여해, 앞으로 우리나라는 누리호 4~6차 발사 과정을 민간 주도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까지 확보했다.

누리호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위성을 더 올리며, 위성 발사체로서 성능을 고도화하고 신뢰성도 확보할 예정이다. 그다음 누리호 기술은 민간 우주 기업에 이전된다. 미래에는 민간 우주 기업을 통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게 될 것이란 의미다.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차세대발사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통해 제시한 2032년 달 착륙을 목적으로 개발되는 발사체다. 차세대발사체는 달 착륙선 등을 탑재하기 위한 대형 발사체로, 탑재체 허용 중량이 누리호보다 큰 만큼 추력 등에서 약 3배 이상 높은 성능이 필요하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2조 132억 원이 투입된다. 차세대발사체는 2030년에 첫 발사가 이뤄진다. 1차 발사 때는 달 궤도투입 성능검증위성을 실어 발사되며, 이듬해인 2031년부터는 실제 달 착륙선 발사 임무를 수행한다. 2차 발사에는 한국형 달 착륙선 예비모델(PFM)을, 2032년 3차 발사 때는 달 착륙선 최종 모델을 우주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온전한 우리 기술로 일궈낸 누리호 발사의 성공 뒤에는 연구진의 노력이 있었다. 2010년부터 누리호 개발을 시작하면서 여러 난항을 겪고 첫 발사가 실패로 끝났지만,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2차에 뒤이어 3차 발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뚝심 있게 이어간 연구진들에게 수고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강지희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