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주관적 ‘삶의 질’ 평가가 뒤바뀌었다. 상위권이던 30, 40대는 코로나 극성기 수준으로 동반 추락했고, 항상 최하위였던 60대는 코로나 이전보다 높아지며 상위권이 됐다.
이같은 극적인 변화는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이 시기 발생한 수많은 국내외 정치경제적 변수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컨슈머인사이트는 내다봤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19년 1월부터 매주 18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에서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지난 6개월간 삶의 질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응답자에게 5점 척도(‘매우 긍정, 긍정, 보통, 부정, 매우 부정’ 중 택일)로 답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기대평균 100점(최대 200점, 최소 0점)인 ‘삶의 질(QOL ; Quality Of Life) 평가지수’를 작성해 왔다.
QOL 평가지수와 함께 코로나 전후의 변화 정도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컨슈머인사이트가 개발한 ‘체감경제코로나지수(CECI ; Consumer Economy Corona Index)’도 활용했다. CECI는 코로나 발발 전인 2019년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그 이후의 결과치를 비교[(특정 기간 점수/19년 점수)X100)]해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코로나 전보다 더 긍정적, 작으면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코로나 전인 ‘19년의 삶의 질 평가지수는 85.9로 긍정 평가보다는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30, 20, 40대 순으로 평균보다 높고, 50대는 다소 처졌으며, 60대는 크게 낮은 상태였다. 코로나 발생 후 3년간 ‘몰락기(‘20년)→회복기(‘21년)→혼돈기(‘22년)’를 거쳤는데 대체로 20, 30대가 높고 40, 50대가 그 다음이며, 60대가 제일 낮았다. 시기에 따른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연령대 별 순위와 지수 차이는 일정했다.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은 ‘22년 하반기다. 늘 상위권이던 20대(18, 19세 포함)가 독보적인 1위(88.6)로 올라서고, 항상 큰 차이로 최하위였던 60대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넘는 82.9로 2위가 됐다. 반면 30~50대는 동반 하락하면서 모두 70점대로 떨어지고, 그 중 40대는 최하위로 전락했다. 특히 30대는 코로나로 모든 평가가 최저점을 기록했던 2020년 하반기 수준이며, 40대는 그 이하로 추락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세대의 삶의 질 평가가 코로나 극성기보다도 나빠진 것이다.
20대의 압도적 1위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30, 40대와 큰 차이 없이 동행하던 모습에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랐다. 조사에서 ‘20대’는 18, 19세를 포함한 결과로, 학생층 비중이 높고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으며, 자녀교육·육아·가사노동·가족관계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세대다. 반면 불확실한 미래를 지나며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이들의 긍정적 ‘삶의 질’ 평가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기보다는 ‘현재를 즐기자’는 가치관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노년 빈곤과 정체감 상실로 항상 최하위던 60대는 ‘20년 하반기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타 유일하게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확대된 노인 복지와 정치적 지지 세력의 집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비교를 위해 ‘19년 점수를 모두 100으로 한 CECI를 활용하면 변화 양상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2년 상반기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되던 연령대별 차이가 하반기 들어 양극단으로 분화하는 모습이다. 연령대별 삶의 질 평가 CECI 차이도 상반기의 14포인트에서 단번에 25포인트로 커졌다. 결과적으로 60대는 코로나 전보다 크게 긍정적으로, 20대는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한 반면 50대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했고, 30, 40대는 코로나 첫해 말의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연령대별 삶의 질 평가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시기를 전후로 쏟아진 주요 정치·경제 이슈가 연령대에 따라 크게 다른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컨슈머인사이트는 전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22년 하반기는 정권 교체로 보수 정권이 들어선 시점이다. 지난 대선은 연령대별로 투표 성향이 크게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다”라며 “60대와 20대는 신정권 쪽에, 30~50대는 그 반대편에 섰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기조 변화와 국제적 긴장 고조(러·우크라전쟁, 미·중갈등), 그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물가·금리 급등)가 함께 작용해 삶의 질 평가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결과 소비자의 ‘삶의 질’ 평가가 완전히 뒤집히는 초유의 혼돈이 나타났다. 연령대별 삶에 대한 긍·부정 심리가 단기간에 뒤집혔고, 경제의 허리층인 30, 40대가 급격히 부정 쪽으로 기울며 코로나 암흑기의 바닥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30, 40대가 체감하는 삶의 질은 코로나 이전 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던 60대 수준이다. 이들이 다시 올라설 때 전체 사회도 활력을 찾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 데이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빅데이터센터구축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정보원 문화빅데이터플랫폼 마켓C에서 공개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