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 방포(아미 포에버, 방탄소년단 포에버)’라고 인사를 건넵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오 시장은 2주간의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 기념 주간이 시작됐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방탄소년단팬 ‘아미’도 서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서울 랜드마크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많은 아미들과 마주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상징색이다. 세종문화회관, 세빛섬, 남산서울타워에 미디어파사드를 상영해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올해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을 찾은 팬들을 위해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나서서 방탄소년단 관련 서울 주요 명소가 포함된 ‘서울방탄투어’ 지도를 제작했다. 멤버들이 자주 찾던 연습실, 자체 제작 콘텐츠인 ‘달려라 방탄’ 등 주요 콘텐츠 촬영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주말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2023 BTS 페스타’를 즐기려는 인파가 가득 몰렸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찾아온 팬들이 데뷔 10주년이라는 대장정을 축하했다.
이러한 열기를 디지털 공간에서 이어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 수십만명 수준이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약 4800만명이다. 인스타그램에 계설된 방탄소년단 멤버 개인의 계정 팔로워 수는 최대 6000만명이 넘는다.
서울시, 한강에서 제한된 시간동안 이뤄지는 이벤트를 함께 즐기고 싶은 팬들은 세계적으로 매우 많다. 방탄소년단 멤버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하면 순식간에 수백만명의 팬이 접속해 지켜본다. 오프라인으로 서울을 찾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가 디지털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의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은 여전히 이용자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주 서울시의회에서 메타버스 서울이 가상공간 급부상 시점에서 발빠른 대응이었으나 활성화가 잘 되지 않는점은 인정했다.
이는 서울시만의 고민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가상공간에 대한 매력이 사라졌을 수 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벤처 투자 한파에 인공지능(AI)으로 쏠린 관심 등이 가상현실(VR) 기술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줄게 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가상공간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대학이나 간호, 소방·안전 등에서는 메타버스 기술 기반 교육·훈련에 적극 투자 중이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이 AI와 결합해 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메타버스 서울에 구축된 서울시청이 보랏빛으로 꾸며지고 방탄투어 명소에서 팬들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면 어떨까. 당장 촉박한 개발기간과 예정된 콘텐츠 추가 계획 등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하나의 아이디어일뿐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공간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과 연계에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메타버스 서울은 하반기 안전 교육 콘텐츠와 부동산 계약과정 체험하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디지털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는 개방성과 유연성이다. 메타버스 서울은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의 선구자적 존재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자리잡게 하려면 시민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민관 파트너와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미래 서비스이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는 만큼 지속 수정, 보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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