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법체계 발전 메커니즘 규명 나선다…법령 그래프 DB’ 구축

법령은 서로 다섯 단계 이내로 연결돼있는 좁은세상(small world) 네트워크 특성을 가지므로 법령의 모순관계로 인한 안정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령은 서로 다섯 단계 이내로 연결돼있는 좁은세상(small world) 네트워크 특성을 가지므로 법령의 모순관계로 인한 안정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법률은 지난 30년간 법령 개수, 조문, 글자 수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미국 연방 법전보다도 더욱 복잡해지며 법률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법령정보 제공 지능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현 법체계가 발전해왔는지 알아냄으로써 미래 입법 방향을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국내 법령 데이터와 국제 조약 데이터를 전수 수집한 뒤 복합계 네트워크로 구성해 분석하는 ‘포스트 AI 시대 법 발전학’ 연구를 수행해 시각화가 가능한 그래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계획임을 16일 밝혔다.

박주용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복합계 물리학), 박태정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법 발전학) 공동연구팀이 연구를 수행한다.

법 발전학은 국가 발전을 위한 적절한 법과 제도를 설계하는 학문으로, 법·과학기술·문화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과학적 입법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한 노력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빅데이터, SNS, AI 등 생활 밀착형 정보 과학기술의 발달과법에 대한 대중들이 관심과 접근성이 증대하는 현실에서 과학과 법학이 함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우리나라 법령데이터를 전수 수집해 법률 사이의 연결관계를 나타내는 ‘복합계 네트워크’를 분석한 뒤 이를 기반으로 법률 전문가와 일반 국민이 원하는 법률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그래프 형태 DB를 2023년 6월 1일부터 3년에 걸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법학과 과학기술의 결합으로 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조금 더 전문적인 과학기술기반 법률 서비스를 일컫는 ‘리걸테크(LegalTech)’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주용 교수는 “법령끼리 서로를 인용하는 상호연결성에 주목해 법체계를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론으로서 복합계 네트워크 과학, 기계학습·자연어 처리 등의 AI 기술을 사용해 모든 일상생활에서 법의 적용을 받는 대중들이 사용하고 이해하기 쉬운 융합형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정 교수는 “우리나라 법학계는 법의 적용과 해석에 관한 연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고 입법학, 법정책학 및 법경제학 등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라며 “법의 방향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법체계의 과학적 진단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연구가 우리나라 입법 제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될 예정이며, 연구팀은 특히 학생과 젊은 연구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국제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한 국제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