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도 급변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제기되는 대형 소프트웨어(SW) 사업 품질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발주자뿐만 아니라 정부, 국회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이벤트성이 아니라 수시로 이뤄져야할 때입니다.”
김상욱 중견SW기업협의회장(대보정보통신 대표)은 국내 공공 SW 산업 발전을 위해 IT 산업 환경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민관이 지속 협력하며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주52시간제’ 등 IT 노동 환경이 변했지만 사업 환경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IT사업은 야근, 철야 등을 통해 프로젝트 수행 기간을 맞추는 등 노동 환경이 비정상적이었다”며 “주52시간 제도 시행으로 야근·철야·주말근무 등 노동 환경은 개선했지만 이에 따른 사업 대가 등 현장은 예전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주52시간 시행으로 사업자는 추가 인력 채용이 불가피해졌고 예상했던 일정보다 늦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이 같은 노동 환경 변화에 따른 추가 사업비 인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여기에 계약 당시 없던 과업까지 추가되면 사업 적자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사업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회장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공공 대형 SW 사업 품질 문제 원인을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 시행으로 인한 대기업 부재로 돌리는 것은 상황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으려하는 단편적 분석”이라며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노동 환경 변화로 예전보다 인건비 등이 높아졌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면서 감염병 대응으로 인한 사업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000억원대가 넘는 대형 SW 사업은 프로젝트 수행·관리 문제까지 더해지며 문제가 커졌다.
김 회장은 “최근 대형 차세대 사업은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이 많이 적용되면서 사업 난이도까지 높아졌다”며 “2 ̄3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다보니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사리 수정하기 어렵고 비용 없는 과업만 계속 추가되는 형태라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기업 규모 관계없이 사업을 수행하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T·노동환경 변화에 따른 현실적 지원이 필수로 꼽힌다. 과업 변경 시 과업심의위원회 등 절차에 따라 수·발주자가 협의하고 추가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사업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대형 SW 사업은 애자일·데브옵스 등 최근 대기업·금융 등에서 차용하는 프로젝트 관리 기법 도입을 고민할 때다.
김 회장은 “공공 대형 사업은 여전히 10 ̄20년 전 시행하던 빅뱅(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교체)방식을 고수하지만 대기업이나 금융권은 이미 빅뱅 방식 차세대가 아니라 시스템을 20 ̄30개 가량 프로젝트로 쪼개 시스템별 개발·대응하면서 최신 기술도 빠른 속도로 녹여낸다”며 “공공도 사업 품질 불만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대형 사업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해 최신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도입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발주자뿐만 아니라 수주사업자, 관련 부처, 국회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간 수시 소통하고 문제 발생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한다”며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제도 논란으로 촉발됐지만 단순 제도뿐만 아니라 발주제도나 정당대가 문제 등 산업 관련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업계가 현안을 지속 챙기고 체크해서 산업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는 민관 협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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