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수능에서 공교육 과정 내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학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한다. 또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시키기로 했다.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적극 흡수시켜, 장기적으로 사교육비 절감과 공정한 입시 평가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 이후 열린 첫 당정협의회을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앞으로 공정한 수능이 되도록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겠다”며 “출제기법을 고도화하고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부총리로부터 업무를 보고받고 “수능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그 외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교육계는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같은 방침이 내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능이 평년보다 쉽게 출제돼 ‘물수능’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면서 수험생들의 동요도 거세졌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원칙은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한 수능평가”라며 “교육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인 공정 상식 기조에서 공정한 수능 평가를 반드시 점진적으로 확실하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장 거짓 광고 등 학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맞춤형 대응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쉬운 수능’ 발언을 통한 비판 여론을 의식 한 듯, 여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난이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정부 방침은 시험을 쉽게 내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직 교육 과정에서 있지 않은 영역을 출제함으로 인해 절대 다수의 학생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에 대한 학력진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과 지역의 자율적인 교육혁신을 통한 교육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이 오히려 ‘사교육비’ 수요 폭증과 함께 교육 격차 심화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교사의 수업·평가 역량을 강화하며, 교권보호 등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입시에 대해 뭘 아느냐며 폄하하고 헛다리를 짚었다”며 “윤 대통령은 수십 년간 검찰 생활을 하면서 입시 부정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뤘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부정 사건 때 수사를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수능 문제는 쉽고, 어렵고의 차이가 아니라 교과 과정에 있고 없느냐의 차이”라며 “교과서에 없는 걸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있는 것으로 변별력을 갖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