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산 일변도인 초고성능컴퓨팅 소프트웨어(SW) 국산화를 추진한다. 순수 국내 기술로 초고성능컴퓨터 활용도를 높여 항공우주 등 연구개발(R&D)을 가속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달 3일까지 엑사스케일급 초고성능컴퓨팅 SW 생태계 조성 사업에 참여할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을 모집한다. 엑사스케일급 초고성능컴퓨팅은 1초에 100경번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이다.
사업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신개념 원천 SW 개발이나 기존 오픈소스 SW 기능 추가·개선이 골자다. 원천성 있고 범용 가능한 초고성능컴퓨팅 SW 국산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초고성능컴퓨팅 SW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하드웨어(HW) 개발에 주력해왔다. SW는 전적으로 외산에 의존했다.
정부가 SW 개발까지 뛰어든 것은 슈퍼컴과 SW의 중요성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데이터 처리량이 급격히 늘고 항공우주, 신소재 등 미래성장사업에서 세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슈퍼컴과 원천 SW가 중요해졌다.
과제는 엑사급 초고성능컴퓨터를 위한 △수치 라이브러리 △성능 최적화 프레임워크 두 개를 개발하는 것이다.
초고성능컴퓨팅 SW는 크게 △기반 △응용 두 개로 구분된다. 이번에는 기반 SW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수치 라이브러리는 슈퍼컴 연산 능력과 직결되는 핵심 SW다. 다양한 연산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인텔과 엔비디아 등도 수치 라이브러리 개발·고도화에 집중해왔다.
성능 최적화 프레임 워크는 기반 SW가 최적 성능을 내도록 최적화 프레임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 수치 라이브러리나 특정 프로그래밍 모델 기반 최적화 외에도 더 높은 연산 실행 방식 등 시스템 차원 최적화를 포함한다.
사업비는 46억5000만원씩 93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오는 7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최대 5년(54개월)이다. 1단계로 2년간 연구개발하고, 이후 추가 평가를 거쳐 나머지 3년 지원을 결정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초고성능컴퓨팅 SW는 외산을 구매하거나 자체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개발한 SW 소스코드를 원칙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국내 수요자는 SW를 커스터마이징해 초고성능컴퓨팅 사용이 용이해져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요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지원을 포함해 초고성능컴퓨팅 SW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6년간 총 48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초고성능컴퓨팅 SW 과제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정부는 단계별로 슈퍼컴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반 SW를 우선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응용 SW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