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윤석열표 ‘에너지 요금 인상’, 소상공인·자영업자 고통 헤아려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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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가게에 매달 두 개의 고지서가 배달된다. 고지서는 이제 ‘폭탄’으로 불린다. 지난 겨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난방비 폭탄’이었다. 이제 ‘냉방비 폭탄’이 떨어지려 한다. 폭탄이 떨어져도 살아남으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미·체납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체납액은 2021년 연말과 비교해 10% 넘게 증가해 700억 원을 넘겼다. 올해 2월 가스요금 미납액도 2377억 원에 달한다. 이 역시 최근 5년 동안 같은 기간 최대다. 기본적 삶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마저 유지할 수 없는 이들이 급속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공공(에너지)요금 체납액은 최근 민생의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공공요금 인상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다. 코로나19 시기에 시행됐던 요금 분납이나 납부 유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곧 다가올 냉방비 폭탄이 이들을 기어코 쓰러뜨릴 결정타가 될지도 모른다. 미·체납액 증가에는 경제 침체에 따른 가계의 부담 상승, 공공기관의 적자 심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연속적으로 시행한 ‘에너지 요금 인상’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2분기 이후, 올해 2분기를 포함해 세 차례 전기와 가스 요금을 인상했다. 인상의 가장 핵심적 이유는 한국전력의 적자 해소다. 전력을 공급하는 공공기관의 부실을 막는 일은 중요하다.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충격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전국 주택 일반용 전기요금, 가스요금 체납, 미납 금액 현항
전국 주택 일반용 전기요금, 가스요금 체납, 미납 금액 현항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않았다. 지원 대상은 한정적이고,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회복을 위한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은 사실상 지원에서 배제됐다. 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가장 세심히 고려되어야 할 대상이 빠진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난방비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난방비 인상에 따른 부담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이 99%에 달한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이창양 장관에게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한 산업부의 소상공인 대책을 주문했다. 납부유예, 분할 납부 등 정부의 직접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끝내 윤석열 정부는 외면했다. 4월 20일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표할만 한 참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대기업 대표가 장을 맡고 있는 단체(대한상공회의소,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민간 대표’의 자리를 채웠을 뿐이다. 그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은 에너지 요금 인상의 불가피함을 설명했고, 민간 참석자들은 이에 동참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밝혔다. 국민의 에너지 요금 미·체납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데도 재벌 대기업을 대표한 민간 참석자들이 요금 인상에 찬성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소상공인과 같은 취약계층 지원을 막고 있다. 3월 정부가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지자체에 페널티를 주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요금 인상을 이미 확정지은 상황에서 적극 행정을 펼치는 지자체들은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복지 축소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펜데믹을 비롯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 에너지 요금 상승이 이어졌다. 이에 여러 국가들이 선제적 정책을 통해 국민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독일은 전년도를 기준으로 에너지 사용량의 80%까지 제한된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소상공인 대상 요금을 규제하며 연료비 조정 등 상한을 설정하고 있다. 스웨덴은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드는 가구의 부담 완화를 위해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은 전기요금의 부가가치세를 21%에서 10%로 인하하는 정책을 설정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80억 유로(10조 9000억원) 규모 전기소비세 감면을 통해 소비자의 소매 요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장애인, 기초 생활 수급자, 차상위 계층 중 약 340만 호를 에너지 요금 취약 계층을 설정하며 지원에 나섰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서민 없는 서민 대책’이라 비판한다. 서민의 어려운 현실을 선택적으로 바라본 채, 탁상공론식 정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미·체납액의 증가 폭을 고려한다면 전혀 과장된 발언이 아니다.

2월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비상한 각오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며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요금 동결·에너지 요금 인상 폭·속도 조절을 하겠다”던 대통령의 말은 어디로 갔는가. 후보 시절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도 공식 폐지된 지 오래다. 6월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사실상 ‘엔데믹’ 선언이다. 무너진 서민경제를 되살릴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정부는 어려움 속 마지막 희망을 바라보는 서민들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들을 위한 폭넓은 지원정책이 펼쳐야 한다. 현 정부의 기조를 생각하면 ‘직접 지원’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혹서기가 오기 전 최소한 코로나19 시기에 시행된 납부유예, 분할납부 방침이라도 발표해야 한다. 또한 각 지자체의 지원 정책을 훼방 놓아서는 안 된다. 아직 시간이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fairness933@gmail.com

〈필자〉이동주 의원은 경북 영천 출신이며, 인천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민주당 민생원내부대표,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을 역임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을 위한 정치를 활발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 국회 활동을 하면서 해외 의회와 친선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한-탄자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 부회장, 한-브라질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 한-루마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