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서 직접구매계약(PPA) 전용 전기 요금제에 대한 조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100 대응 차원에서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고 있지만, 부족한 전력을 한전을 통해 충당하는 과정에서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불만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전자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PPA 요금제 적용 시 일부 기업은 연간 4~8%의 전력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조사는 이달 13일부터 16일까지 9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PPA 요금제는 기업이 한전과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발전사업자들과 직접계약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RE100 대응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구입에만 제한적으로 이를 적용하고 있다.
야간을 제외한 요금(중간부하 및 최대부하 요금)을 다소 경감시키도록 설계됐지만 심야시간 전력비중이 높은 전자산업은 상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자산업은 거래처 납기 준수를 위한 24시간 생산 및 심야전력 축전(蓄電)으로 심야시간(경부하) 전력사용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는 기업이 부족분을 한전으로부터 구매할 때 일어난다. 이 경우 기업은 일반 산업용 전력보다 높은 기본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산업용(을) 고압B 요금제의 기본요금은 ㎾당 6630원, 7380원 및 8190원 등으로 분류된다. 반면, PPA 요금제는 kW당 9980원 단일 가격만 적용하고 있다.
전자 업계는 PPA 요금제는 야간을 제외한 요금(중간부하 및 최대부하 요금)을 다소 경감시키도록 설계되었지만, 심야시간 전력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상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자산업은 거래처 납기 준수를 위한 24시간 생산 및 심야전력 축전(蓄電)으로 심야시간(경부하) 전력사용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다. 아울러 연간 전력비용으로 약 3조2000억원(2021년)을 지출하는 전력 최대 수요처로서, PPA 전용 요금제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PPA 요금제가 국제적 무역관행으로 자리 잡은 RE100 이행에도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RE100 참여기업 321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6.5%는 PPA 요금제가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부정적 영향 유형별로는 PPA사업 검토보류(62.2%), 추진중단(24.3%), 계약파기(5.4%) 순으로 조사됐다. 업계 입장에선 PPA 요금제를 RE100 이행에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전은 PPA 요금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전기위원회에 PPA 요금제 신설안을 긴급 상정하면서 올해 1월부터 PPA 요금제 적용을 발표하였으나,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이해 증진을 위해 두 차례 유예한 바 있다. 업계는 새로 바뀌는 요금제에 대해서도 세부내용에 따라 생산원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KEA 관계자는 “전자 업계는 특성상 PPA 요금제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고물가로 인한 하반기 수요감소가 예상되며, 요금제 신설은 기업에 장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산업계와의 긴밀한 논의를 거쳐서 PPA 요금제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