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감사용역 보수가 4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사시간 증가율은 51.4%에 그쳐 과다 지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기간 감사보수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증가율 기준으로는 애경케미칼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3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감사용역 보수액은 2949억4500만원으로, 4년 전 대비 107.9%(1530억99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조사대상 기업 감사시간은 179만7471시간에서 272만1213시간으로 92만3742시간(51.4%) 증가에 그쳤다.
조사 대상 308개 기업 중 감사용역 보수액이 2배 이상 늘어난 기업은 195곳(63.3%)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감사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난 곳은 전체 기업의 4분의 1 수준인 79곳(25.6%)에 불과했다. 비감사용역 계약체결 규모 역시 243억2300만원에서 529억7000만원으로 286억4700만원(117.8%)이나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18년 11월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의무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고, 상장사는 일정 기간 정부가 지정한 회계법인을 선임해야 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표준감사시간을 정할 수 있는 권한도 신설했다.
2022년 감사용역 보수액이 4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로, 2018년 44억원에서 2022년 84억2400만원으로 40억2400만원(91.5%)이 늘었다. 이어 △삼성생명(210.4%) △SK하이닉스(236.8%) △우리은행(128.2%) △한국전력공사(150.5%) △LG전자(82.8%)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감사시간 역시 삼성전자가 2만7745시간 늘어 조사대상 기업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LG전자(74.4%), 삼성생명(150.4%), SK하이닉스(126.6%), GS리테일(269.1%) 등이 차례로 늘었다.
감사용역 보수 증가율은 애경케미칼이 638.6%(4억4700만원)로 가장 컸다. 애경케미칼은 2018년 감사용역 보수로 7000만원을 지출했지만 2022년에는 5억1700만원을 썼다.
2위는 크래프톤으로, 같은 기간 감사용역 보수가 1억3500만원에서 9억4000만원으로 595.8%나 늘었다. 크래프톤은 2020년 펍지와 합병했고, 이듬해에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감사용역 비용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자산도 4466.5%나 급증했다.
이밖에 감사용역 보수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한화손해보험(525.3%) △신영증권(521.2%) △GS리테일(500.7%) △키움증권(447.3%) △신한라이프생명보험(428.6%)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산 증가율은 △한화손해보험(20.7%) △신영증권(19.9%) △GS리테일(103.3%) △키움증권(155.1%) △신한라이프생명보험(109.4%) 등 대부분 감사비용 증가율을 대부분 밑돌았다.
감사용역 보수 증가율이 높은 상위 10곳 중 6곳은 금융사였다. 지난 2018년 금융사를 대상으로 도입된 IFRS9에 따라 바뀐 회계규정 적응을 위해 감사 비용을 늘린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이 해당 기업에서 받은 감사보수액을 보면 삼일회계법인이 812억9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정회계법인 786억6800만원, 한영회계법인 706억800만원, 안진회계법인 401억3900만원 순이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