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 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원료비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현행 연료비 연동제의 제한적인 상·하한 폭이 시장에 제대로 된 가격신호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을 확대해 연료비 가격 변동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전은 21일 2023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하고 지난 2분기와 같은 수준인 ㎾h 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에도 지난 2분기와 똑같은 수준 전기요금을 적용한다.
한전이 올 여름철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연료비 연동제’에서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 당 10.2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산정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와 약관상 소비자 보호장치로 연료비 조정단가는 ㎾h 당 5원을 초과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 당 5원으로 제출했다. 정부는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 당 5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h 당 40.4원 인상했다. 인상률은 39.6%다. 연료비 조정단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 기준연료비 조정 등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는 정부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만 협의하면서 사실상 동결에 무게를 뒀다.
이번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하지 못하면서 올 여름 한전의 재무구조는 개선될 여지가 적다. 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용을 포함한 전력구입단가는 ㎾h 당 144원이다. 판매단가인 ㎾h 당 136.2원에 비해 ㎾h 당 7.8원 손해를 보면서 전력을 판매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육지 기준 전력도매가격(SMP)은 ㎾h 당 145원을 기록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여름에는 역마진 구조를 해소할 수는 있지만 획기적으로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한전이 여전히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달 24일 기준 한전채를 누적으로 78조1920억원 발행했다. 올해에만 11조2000억원의 장기채를 신규 발행했다. 올 여름철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80조원에 가까운 적자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행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료비 변동폭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상·하한폭은 연간 기준 ㎾h 당 5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행 전기요금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연료비의 당기변동성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연료비 조정단가가) ㎾h 당 5원으로 제한된 부분을 10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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