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KAIST, 새로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개발…망가진 장벽 ‘복원’

점막부착성 나노입자 ‘LMWC-BRNPs’
점막부착성 나노입자 ‘LMWC-BRNPs’

우리 연구진이 만성 장 염증을 치료하는 길을 마련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전상용, 조병관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경구투여 시 염증성 장에서 대식세포를 표적할 수 있는 ‘키토산-빌리루빈(LMWC-BRNPs)’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빌리루빈은 헤모글로빈이 분해될 때 나오는 물질로, 항염증성 효과가 탁월해 약물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빌리루빈은 물과 겉도는 소수성을 지녀 임상 활용이 어렵다.

연구팀은 경구투여가 가능하도록 점막부착성, 수용성을 동시에 지니는 저분자량 수용성 키토산(LMWC)과 결합했다. 이런 LMWC-BRNPs는 기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아미노살리실리산(5-ASA) 대비 탁월한 장 기능 정상화 효과를 보였다.

경구투여 시 장벽 안으로 흡수돼 강력한 점막 부착성을 보였다. 또 염증성 장 질환의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 산소종(ROS) 분비를 줄이고, 면역 조절 T세포 비율을 조절해 망가진 장내 면역 항상성을 되돌리는 효능을 보였다.

또 장내 흡수 시 염증으로 유발되는 장내 미생물 패턴 변화를 막아 염증성 박테리아 중 하나인 ‘튜리시박터’ 증식을 억제하고, 세 가지 핵심 유산균인 ‘서터렐라’ ‘오실로스피라’ ‘락토바실러스’ 수도 유지하는 것으로 동물 실험에서 나타났다. 단순 염증을 저해하는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우수한 나노 의약 개발 가능성을 보였다.

KAIST 생명과학과의 아피아 박사과정생, 신종오 박사(현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박사후 연구원)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ACS 나노’ 5월 2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상용 교수는 “단순히 염증만 저해하는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무너진 면역반응을 정상화하는 나노입자 기반 장 질환 치료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사업(종양/염증 미세환경 표적 및 감응형 정밀 바이오-나노메디신 연구단)’ 및 대한민국 ‘바이오 위대한 도전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