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배터리 등 주요 산업별로 ‘9대 순환경제 선도프로젝트’(CE 9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산업 전반에 순환경제 모델을 확산한다. 펀드와 여신 등 5조원의 민간 자본을 유치해 농식품 산업 경쟁력도 강화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 전략’과 ‘농식품분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폐기물의 순환이용 등 순환경제는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수단이자 새로운 성장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순환경제 역량이 추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순환경제를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이행과 폐자원의 순환이용 촉진, 새로운 경쟁력 확보 지원, 핵심자원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담았다.
우선, 철스크랩, 사용 후 배터리 등 경제성 있는 폐자원에 대해 개별기업의 신청 없이 폐기물 규제가 면제되는 순환자원으로 일괄 지정될 수 있도록 한다. 폐자원 활용 수요가 있는 대기업과 중소 공급기업 간 기술협력을 촉진하고 처리시설에 대한 공동투자를 지원하는 등 폐자원을 가공한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 또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참여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특히, ‘CE 9 프로젝트’ 추진에 시동을 건다.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배터리, 전자, 섬유, 자동차, 기계, 시멘트 등 9대 산업에서 선정한 순환경제 관련 9개 선도 과제다. 프로젝트 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통합자원관리시스템 고도화 △자원효율 등급제와 재생원료 인증제 마련 △순환경제 스타기업 발굴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부문 ‘폐플라스틱 고부가가치 산업원료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열분해유 생산이 주된 산업활동인 경우 ‘제조업’으로도 인정해, 대형화·첨단화를 유도하고 입지를 지원한다. 플라스틱 폐자원의 원활한 확보를 위한 인프라도 확대한다. 열분해유 기반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폐기물부담금 감면을 추진하고 선별시설 고도화, 폐비닐 재선별시설 구축 등 선별 설비를 확충한다.
배터리 부문에서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재사용 사업 촉진을 위해 재사용배터리 안전성 검사제도를 조속히 마련한다. 민간 주도의 회수·유통·활용 통합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전기차 배터리 전 주기 이력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재사용·재활용 관련 대규모 실증, 상용화 지원을 위한 센터를 추가 조성한다.
추 부총리는 “석유사업법을 개정해 폐플라스틱을 정유공정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사용 후 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등을 회수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분야는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등으로 고부가가치화되고 있으나, 아직 다른 산업에 비해 민간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해 펀드와 여신 등 5조원의 민간 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다. 정책 펀드에 투입하면 정부 재원 6000억원을 포함하면 5조6000억원이 농식품 산업에 투입된다.
그 중 1조3000억원 펀드로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유망 경영체에 투자를 활성화하고 성장가능성을 위주로 평가한 4조3000억원 여신으로 사업에 밑거름을 제공한다.
민간 모펀드 법적 근거는 연내 마련해 2027년까지 1000억원 규모 민간 모펀드를 조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총 3000억원 이상의 민간 자펀드를 결성한다. 농협은행이 올해 3000억원, 내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조원 규모의 여신상품도 내놓는다. 자본 유동화를 위해 세컨더리펀드도 마련한다. 2027년까지 총 1500억원을 추가 결성할 계획이다. 4조3000억원의 여신은 농협은행이 제공한다. 담보력이 부족하지만 유망한 경영체를 위해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 등을 평가해 여신을 준다. 비재무적 평가를 강화한 여신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부총리는 “농식품분야 우수기업 투자유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7월 농식품 스타트업 투자박람회를 개최하고 9월부터 농식품 투자정보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면서 “비농업인이 농업경영체의 설립자나 임원으로 참여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