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이 중대형급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 실증에 성공했다. 80㎿급 터빈 기준으로 세계 최고 혼소율인 59.5%를 달성했다. 한화와 서부발전은 이번 실증으로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에 비해 이산화탄소(CO2)를 22% 줄였다. 대기오염물질(NOx)은 30% 저감했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LNG 발전설비의 좌초자산화를 방지할 대안으로 주목된다.
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은 21일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에서 ‘대산 수소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을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기념식은 세계 최초로 이뤄낸 80㎿급 중대형 가스터빈의 혼소율 59.5% 수소 혼소 발전 실증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수소 발전량만으로 연간 18만7000가구가 쓸 수 있는 수준이다.
한화는 59.5% 수소 혼소율로 발전하는 동안 발전출력 77.3㎿를 기록했다. LNG 전소 발전 대비 배출가스 내 CO2 저감율은 실증 목표의 최고 수준인 22%를 달성했다. 또 NOx 배출량은 6ppm 이하로 저감했다. 국내 LNG 가스터빈 발전소의 NOx 배출허용기준 20ppm 대비 약 30% 수준을 별도 저감장치 없이 달성한 셈이다.
한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로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NOx는 연소기 내 화염 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이 배출되는데 수소는 LNG보다 화염 온도가 높아 제어하기가 어렵다. 한화는 별도 저감장치 없이 연소 조건을 제어해 저공해 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연소기 기술을 개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수소 혼소율을 올리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으로 발전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염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LNG보다 7~8배나 빠른 속도로 연소되기 때문에 연소기 화염이 연료 공급장치로 역류해 손상을 입히는 ‘화염 역화(Flashback)’ 현상도 제어해야 한다.
송용선 한화파워시스템 상무는 “한화의 연소기는 ‘이중구조’로 돼 있어 공기역학적으로 불꽃을 천천히 머금을 수 있다”면서 “80㎿면 E급(터빈 입구온도 1100~1200℃) 발전기이지만 연소기 기술은 F급(1250~1430℃)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국산 기술로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이번 실증을 위해 서부발전의 평택1복합 발전 설비에서 노후돼 운행 정지한 LNG 가스터빈을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으로 재배치했다. 가스터빈 원제작사에 대한 기술의존 없이 한화의 독자 수소 연소기 기술을 더해 혼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혼소 터빈으로 재생했다. 터빈을 구동하기 위한 보조기기는 국내 기업과 협력해 국산 기술로 구축했다. 운전을 위한 연료는 한화토탈의 부생가스에서 나온 수소로 조달했다.
한화는 수소터빈 발전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원제조사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나라 발전 산업이 수소터빈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도록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정부 또한 수소발전과 함께 국내 무탄소전원 지원을 강화한다.
이옥헌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은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을 2030년 2.1%, 2036년 7.1%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글로벌 수소발전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기업이 수소터빈 시장을 선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