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 분야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 적용을 가속화한다.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등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결과물에 대한 신뢰성이나 데이터 보안 등은 해결해 나아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빅데이터와 AI시대의 회계감사’ 세미나를 열고, 각 회계 법인이 회계감사 업무에 활용 중인 AI 및 빅데이터 기술 등을 공유했다. 각 회계법인은 특히 AI를 업무에 적용함으로써 방대한 보고서 검토 절차를 자동화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하반기부터 생성형 AI 기반의 프라이빗 엔진을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다. 계약서나 보고서를 AI에 학습시켜 이에 대한 데이터 분석 및 결과보고서 작성이 가능해진다. PwC 글로벌 법인은 생성형 AI에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정회계법인은 회계감사 플랫폼에 AI비서인 코파일럿(Copliot) 내재화를 추진한다. 내·외부에서 수취한 회계감사 자료를 내용을 요약하거나, 참고 자료 링크를 연결시킬 수 있다. 데이터 파일 전달 시 분석 및 이 같은 내용으로 감사 조서에 대한 초안 작성도 가능해진다.
한영회계법인은 계약서 및 거래내역 검토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많은 양의 계약서를 디지털화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핵심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또 증빙의 주요 내용을 광학시문자인식장치(OCR)로 읽고 추출하는 등 검토 절차를 자동화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법도 확대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금사고 등 이상징후 탐지를 하고 있다. 회계업무, 자금업무와 같은 내부자료와 사업자 휴·폐업 정보, 거래 상대방 정보 등 외부자료를 합친 전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사해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혁신 기술이 적용될수록 편의성이 제고되고 있지만 우려 또한 여전하다. AI의 결정에 대한 책임과 윤리적 사용, 데이터 편향성, 정보 보안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업과 규제당국의 감사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이에 부응해야 하는 회계법인의 부담감도 커질 수 있다.. 박원일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AI관련 가이던스를 발행하고, 장기적으로는 회계감사기준, 관련 법령의 변경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회계감사 분야에 혁신기술이 적용될수록 관련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손동춘 한영회계법인 파트너는 “감사인의 중요한 능력이 데이터와 AI와 관련된 것으로 변모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잘 분석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 판단하는 것,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는 것 등이 중요한 요구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린 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