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소재 삼덕영어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권오철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식품공학과에 편입해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수료하며 식품연구에 매진했다. 지역 특산물 매생이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매생이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진공포장해 냉동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도 했지만 물류비도 많이 들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냉동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 갓 수확한 매생이는 품질이 아주 우수하지만 아이스박스에 담겨 유통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변하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권 대표는 삼촌인 권영목 강진만영어조합법인 회장과 함께 2003년 우리나라 최초로 냉동매생이를 출시했다. 유통기한 설정, 품목제조 보고 등 상품화로 가는 단계 하나하나를 만들었다. 2009년에는 건조매생이를 규격화하고 ‘갯푸른 건조매생이’라는 즉석식품으로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갯푸른 건조매생이는 자연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이물질을 98%까지 잡아내는 기술로 가공해 깨끗한데다 바다에서 수확한 매생이를 곧바로 저장해서 가공하기 때문에 생물과 비교해도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번거롭게 씻어낼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생물 매생이보다 훨씬 편리하다.
건조매생이는 지역 어민들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젊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매생이 양식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활기가 생겼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매생이를 키우면 넉넉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 반응이 좋다.
권 대표는 대기업에 건조매생이를 공급하고 있으며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매생이떡국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강진군의 가정간편식 생산 인프라 구축사업에 참여해 ‘해담은 전복톳밥’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컵밥, 쌀국수, 매생이빵, 매생이분말을 이용한 라떼, 아이들 이유식 등 여러 음식에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재료로 활용해 매생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조선시대부터 인정받은 향긋한 보물 매생이는 청정한 남도 겨울바다에서만 거둬들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며 “매생이가 국민 영양식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