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남쪽 기슭에는 호남 3대 정원중 하나인 ‘백운동원림’을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시절 차(茶)문화를 즐기고 제다법을 완성한 곳이다.
다산의 제다법은 다신계(茶信稧)를 통해 이어졌다. 다산과 제자들의 신의와 우정의 증표로 결성된 모임인 다신계는 매해 봄마다 차를 만들어 그간 공부한 글과 함께 보낸다는 약속을 맺었다. 다산의 가장 어린 제자였던 이시헌은 그 약속을 죽을 때까지 지켰고 후손들에게도 제다법을 물려줬다. 다산의 제다법은 이시헌의 손자뻘인 이한영에 이르러 일제강점기 한국 최초 차 브랜드인 ‘백운옥판차’를 탄생시켰다.
월남마을에 위치한 이한영차문화원의 이현정 원장은 이한영 선생의 고손녀로 직계후손이다. 그는 광주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로 재직하다 할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교직을 그만두고 목포대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차 공부를 시작했다. 2013년 ‘강진 백운옥판차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한국 전통제다법에 대한 융복합 연구’라는 논문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당시 대기업이 갖고 있는 ‘백운옥판차’ ‘금릉월산차’ ‘월산차’ 상표를 우여곡절 끝에 모두 되찾아 농업회사법인 이한영생가를 설립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백운옥판차’ 판매에 들어갔다. 농림부 농촌유휴시설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해 이한영생가를 제다와 다도교육 공간으로 재구성했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관광벤쳐기업에 선정돼 관광객에게 차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우리 전통차에 관한 연구를 통한 이론 정립 및 실험으로 지속적인 다양한 제품 개발 및 상업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호남 3대 정원으로 이어지는 차를 주제로 한 ‘강진 찻길’ 도보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반인 대상 전통차에 대한 교육 및 다도 체험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 기반 전통차 소믈리에 과정 등도 선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월출산 일대 차 콘텐츠가 세계적인 자원이라는 믿음을 갖고 직접 야생 찻잎을 채취해 차를 만들고 차 상품을 기획하며 유통하고 있다”면서 “백운옥판차가 지켜온 신의(信義)의 정신이 대를 이어 월출산 자락 아래 성성한 차나무들처럼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