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의 연방의회 공청회에서 보여준 의원들과 틱톡(Tiktok) 대표의 격렬한 설전은 표면상으론 틱톡 ‘스파이 논쟁’이지만, 실제론 중국기업 틱톡의 인공지능(AI) 경쟁력에 대한 경계감이란 평가다. 딱히 미국 국민 데이터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갔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 미 정부 내 틱톡 이용금지에 이어 몬태나주 하원이 틱톡 금지법안을 승인하고, 연방의회도 ‘13세 미만 틱톡 이용금지‘와 같은 강력한 법안을 발의했다.
왜 이렇게 경계할까. 미국 군사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 정찰 풍선 이슈 등 중국 정부의 행태도 행태지만, 틱톡이 미국민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워낙 높은 점이 경계감을 높여준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틱톡은 세계 150개국에서 10억 명, 미국은 인구의 절반인 1억5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10대의 경우 3명 중 2명이 틱톡 팬이라고 한다.
게다가 틱톡 뿐만 아니라, 최근엔 틱톡을 앞지르는 중국계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예컨대 3월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중국 저가제품 전자상거래 앱 티무(Temu)가 1위, 2위는 틱톡과 같이 바이트댄스 자회사인 애니메이션 편집 앱 캡컷(CapCut), 3위는 틱톡, 4위도 중국 패션 전자상거래 앱 쉐인(Shein)이 차지했다. 한마디로 미국 앱 시장은 중국계가 석권하고 있다.
왜 이렇게 중국 앱이 인기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중국이란 거대 테스트 마켓의 빅데이터와 AI 융합 효과를 꼽는다. 현대 AI 경쟁력은 빅데이터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미국 대비 고객데이터가 다섯 배인 시장에서 치열하게 고객을 분석·경쟁하는 중국 기업이 그만큼 양질의 앱 경쟁력 즉, 고객 니즈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둘째, 정보기술(IT) 인재 활용도 중요 요인이다. 고객에게 어필하는 앱을 만들려면 데이터를 통해 고객 기호를 분석하고, 앱을 끊임없이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IT 인재 확보는 필수다. 그런 점에서 쇼핑사이트인 티무가 직원의 절반 이상을 엔지니어로 채용한다든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고객 기호를 수시로 분석해 불과 며칠이면 앱을 업데이트하는 등은 남다른 차별적 앱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현재 업계와 시장 관심은 틱톡 이슈가 단순히 정부 기관 사용금지를 넘어 미국 국민 전체 사용금지로 확대될 것인가 여부에 쏠려 있다. 미 의회와 정부는 틱톡을 통해 이용자 신원 및 위치추적은 물론 운영체제(OS)를 해킹하면 기밀데이터 입수도 가능하다며, 계속 강경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실적으론 미국민 절반이 틱톡을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금지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칫 이용을 금지하면 젊은 층의 강한 반발로 내년 대통령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분석도 있다.
그럼 틱톡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 보는 시각에 따라 앱 사용의 개인 정보유출 위험 등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빅데이터를 활용한 AI파워가 핵심이라고 본다. 최근 세계는 ‘챗GPT’, 즉 생성 AI의 엄청난 파워에 충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챗GPT에 대한 세계인의 열광이 향후 엄청난 빅데이터 구축으로 연결되어 챗GPT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거란 점일 것이다.
빅데이터의 양과 질 면에서 중국에 열세였던 미국이 중국에 한 펀치를 날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미국 인구의 6분의 1, 중국 인구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사생활 침해는 엄격하게 대응하되, 개인정보 활용에는 보다 과감하고 유연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 데이터만으론 제약이 있다면, 사물인터넷(IoT) 경쟁력을 높여 일찌감치 사물 빅데이터의 적극적 활용을 추진하는 것도 미래 지향적 방안의 하나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