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쾌청한 날씨에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행 고속 페리를 탑승했다. 뱃길을 가르며 4시간 178㎞를 쉼없이 내달리며 소청도, 대청도를 지나 도착한 백령도는 북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북한 황해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불과 190㎞에 중국 산둥반도가 자리한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에서 중국을 비롯한 국외유입 미세먼지를 감시하는 전초기지 ‘백령도 대기환경연구소’를 찾았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2008년 구축한 백령도 대기환경연구소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원이 거의 없어 국지적인 영향이 적다. 국내 미세먼지 배경농도를 파악하고 중국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을 관측하기 위해 이상적 장소다. 2015년 중국 톈진 폭발사고로 시안화수소가 유출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을 입증한 바 있다.
대기환경연구소는 가스상 물질인 이산화황(SO2),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오존(O₃), 입자상 물질인 PM10과 PM2.5의 질량농도, PM2.5 중 이온성분, 미량원소성분, 탄소성분을 측정한다. 입자크기 분포 특성과 시정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입경별 수농도와 산란·흡수계수도 측정한다. 입자상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자동·반자동 측정을 위해 시료유입부에 관성충돌과 싸이클론 방식의 입경분립장치를 설치·운영한다.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공학박사)는 “현재 백령도 연구소는 41종 50대 측정기를 운영 중하고 있으며 고해상도 비행시간 에어로졸 질량분석기(HR-TOF-AMS) 등은 수도권과 배경지역 극미세입자의 거동을 파악한다”면서 “포름알데히드(HCHO), 불산(HF), 염화수소가스(HCl),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화학사고로 배출될 수 있는 오염물질을 측정해 국가 간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대기환경연구소의 측정자료는 자료수집시스템으로 전송돼 원시 자료, 1시간 평균자료로 저장·관리되며, 원시 자료는 각 측정기의 저장장치에도 저장돼 측정자료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추후 비교가 가능하다.
안 연구관은 “2019~2021년 3년간 백령도 대기환경연구소의 PM10과 PM2.5 연평균 농도는 각각 41.6, 20.8 ㎍/㎥로 화력발전소와 대형사업장이 있는 충청남도에 위치한 파도리를 제외하고 다른 비교 측정소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면서 “전년 대비 오존을 제외한 이산화질소, PM2.5, PM10 농도는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증가한 중국발 황사·고농도 미세먼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세먼지(PM10, PM2.5) 월평균 질량농도를 보면 황사와 고농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3월(PM10 73.0 ㎍/㎥, PM2.5 36.3 ㎍/㎥)에 최대 월평균 농도를 나타냈다.
안 연구관은 “PM10과 PM2.5은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늦가을부터 봄철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늦겨울부터 이른 봄에 발생하는 황사와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2027년까지 초미세먼지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백령도를 비롯한 대기환경연구소의 신속하고 명확한 대기오염물질 감시·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중국의 탄소중립 추진 등에 따른 국외 유입량 축소 등을 고려하면 2027년 초미세먼지 농도 13㎍/㎥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서 “다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국내 오염물질의 대기화학 특성,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기상여건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대기환경연구를 고도화하고 중국, 일본, 호주 등과 국제 공동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