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위탁생산 사업을 표방하고 나선 JR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에너베이트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5분 급속 충전 배터리를 생산한다.
JR에너지솔루션은 에너베이트와 생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에너베이트의 실리콘 음극재 기반 ‘XFC-에너지’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한다고 21일 밝혔다.
에너베이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배터리 기술개발 업체로 실리콘을 70% 이상 주성분으로 하는 음극재 기반 배터리가 핵심 기술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는 벤자민 박(한국명 박용만) 박사가 창업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얼라이언스, LG화학,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음극재는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는지가 충전속도를 좌우한다. 실리콘은 현재 음극 소재로 쓰이는 흑연보다 리튬이온을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팽창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에너베이트는 필름 형태 음극활물질로 문제를 해결했다.
5분 만에 75%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이 강점이며 높은 에너지 밀도, 향상된 안전성, 추운 기후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저온 작동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기자전거, 전기오토바이 같이 급속충전이 필요한 분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JR에너지솔루션은 에너베이트가 개발한 실리콘 기반 배터리를 연말 가동되는 이차전지 전극 전문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는 최근 충북 음성 용산산업단지에 연말 준공을 목표로 300MWh 규모 스마트 전극 솔루션 공장을 착공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극 및 배터리 파운드리 사업을 표방한 회사다. 고객사 요청에 맞춰 배터리 반제품에 해당하는 양극판, 음극판을 위탁생산하거나 필요한 경우 배터리 셀 완제품까지 만들어 공급한다. 배터리 양산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체 생산 역량이 없는 신규 배터리 제조사들과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는 완성차 업체 등의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베이트 같은 배터리 기술 개발 기업들은 JR에너지솔루션 같은 위탁생산 기업과 협업을 통해 혁신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오덕근 JR에너지솔루션 대표는 “배터리 기술 개발만을 담당하는 신규 기업이 속속 생겨나는 가운데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이 개발되고도 양산에서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좋은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제조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계의 TSMC를 표방하는 JR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계의 ARM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 개발 업체들이 만나 새로운 협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