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23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 개인정보 감독기관과 국제기구, 국내·외 AI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개인정보위 측은 AI 영역에서 세계적인 규율 체계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의 핵심국 개인정보 감독기관들과 AI 규율 방향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AI가 초거대 모델을 비롯해 자율주행·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 전반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AI 부작용과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면서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 법률 원칙을 AI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환경에서도 목적 범위에서 적합하게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개인정보 처리 목적과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설명가능한 AI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위원장은 △AI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안전장치 제공 △규정 중심(rule-based)에서 원칙 중심(principle-based)으로 규제 패러다임 전환 △AI 리스크 기준으로 차등적인 규제 도입 등 AI 관련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고 위원장은 “초국가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AI 환경에선 개별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가 간 정보 공유 체계와 국가별 AI 프라이버시 이슈 소통 채널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AI 활용과 확산을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개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향,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AI 알고리즘의 공정성·투명성·책임성에 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AI 규제 방향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존 에드워즈 영국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과 기술의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한 방안도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투명성 확보와 정보에 입각한 동의 및 보호장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리히 켈버 독일 연방데이터보호정보자유위원회 위원장은 “AI 규제를 통해 관련 시스템이 투명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하고, AI 시스템에 따른 차별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AI 법제를 통해 침해신고 메커니즘 확립 및 적절한 법적 조치 시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AI 관련 글로벌 기업은 프라이버시 원칙 준수 및 책임성 확보의 중요성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합리적 규제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현종 삼성전자 개인정보 담당 상무는 “AI 개발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 수집·이용에 있어 야기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 협업을 통해 AI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젤라 쉬 구글 개인정보 보호 법률팀 책임자는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AI 기술 개발과 사용에 있어 프라이버시 원칙 및 책임성 있는 AI 활용을 포함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인정보 감독기관과 국제기구 등은 AI 규제와 관한 국제적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 이사회,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 보호 조직 대표자들도 AI 규제를 위한 일관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고 위원장은 “이번 논의가 출발점이 돼 후속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구체화 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면서 “AI시대에 새롭게 대두하는 프라이버시 이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발전을 위한 국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