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
2019년 1월 2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시무식에서 한 말이다. 그날 그는 700여 명의 임직원들 앞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30차례나 사용하며 고객가치 실현을 강조했다. ‘해답은 고객에 있었다’는 그의 말은 이제 LG의 정체성이 됐다.
실제 구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고객경험’으로 요약된다. LG의 존재 목적이자 이유까지도 고객이라는 그의 철학은 지난 5년 동안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고객가치 실현이라는 동일한 목표 아래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LG가 1990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뜻을 이어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재정의하고,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전파하고 있다.
그는 경영철학을 전파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의 실천 노력을 지지하며 고객가치 경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콜센터처럼 최일선 고객접점 현장을 방문해 응원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LG 어워즈’다. 이 행사는 한 해 동안 제품, 기술, 서비스 등에 대한 혁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는 자리다. 올해 LG 어워즈에는 20여명의 고객이 직접 심사에 참여, 고객 중심의 시상식으로 발돋움했다. 상의 명칭도 기존 일등 LG상, 우수상, 특별상에서 각각 ‘고객 감동 대상’ ‘고객 만족상’ ‘고객 공감상’으로 바꿔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구 회장은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나만의 고객가치를 묵묵히 실천한 여러분 모두가 LG의 자랑”이라고 격려했다.
구 회장은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발전되고 구체화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구성원에게 전달했다.
2020년에는 고객가치 실천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에는 고객 체분화를 통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2022년에는 한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취임 5주년을 맞는 올해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이 모여 고객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 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구 회장의 집요한 ‘고객가치’ ‘고객경험’ 철학은 LG그룹 전체로 전파,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구성원들은 사내 시스템의 개인 프로필이나 이메일 서명에 개별적으로 정의한 나의 고객, 나만의 고객가치를 적고 있다. 다른 구성원들이 내가 생각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성원 개개인이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나가는 바텀업 형태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이 더 이상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 필수 요건으로 고객가치가 강조되고 있다”며 “구 회장도 이 같은 시장 흐름을 민첩하게 파악해 전사 미션을 고객가치 실현에 두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부터 고객경험을 높일 연구개발, 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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