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던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 캔디. 그런 그녀가 절친의 남편과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구를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가 됐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 과연, 그녀 안에 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웨이브가 공개한 HBO MAX 오리지널 시리즈 ‘러브 & 데스’는 1980년 미국 전역에 충격을 안긴 ‘캔디 몽고메리’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7부작 시리즈다. 하루아침에 도끼로 난도질당한 베티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평범한 주부 탈을 쓴 사이코패스의 불편한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정신’을 뜻하는 ‘psycho’와 ‘결핍’의 ‘-path’가 합쳐진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1920년대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해당 성향은 평소에는 내재돼 있다 범행을 통해 발현되며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20여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유영철 연쇄 살인사건 등으로 미디어에 대두됐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편도체와 뇌의 전두엽이 기능이 떨어진다. 전두엽의 기능이 정상인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아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전두피질과 측두극의 회색질이 현저하게 적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일명 전사 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사이코패스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도파민, 세로토닌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MAOA라는 분노조절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하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폭력성과 분노감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종합적인 특성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 쉽게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물론, 재범률 역시 현저하게 높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선천적인 요인만으로 범죄자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 세 다리 이론을 발표했다. 앞서 말했던 뇌 기능과 유전적 요인 외에도 성장 환경이 포함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공격성으로 발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를 판단하기 위해 심리 검사를 실시한다.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로 일컫는 일종의 사이코패스 체크 리스트는 1991년 캐나다 심리학자가 고안해낸 문항 검사로 현재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2008년 국내에서는 한국 범죄자 유형에 맞춰 대인관계, 감정과 정서, 생활양식, 반사회성 네 가지 영역의 검사를 실시한다. 한국에서는 이 검사에서 25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하며, 유영철이 만점에 가까운 38점으로 가장 높다고 알려졌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으로 미루어 봤을 때, ‘러브 앤 데스’의 캔디 몽고메리는 이러한 성향이 다분한 사이코패스 범죄자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로 재구성한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 HBO MAX ‘러브 앤 데스’는 현재 웨이브에서 전 회차 볼 수 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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