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KAIST, 이산화탄소 분자 반응 실시간 포착·효과적 분해 방법 제시

온실가스 전환 효율 높일 새로운 촉매 개발 기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게재
왼쪽부터 문봉진 GIST 교수, 박정영 KAIST 교수, 김정진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박사(제1저자).
왼쪽부터 문봉진 GIST 교수, 박정영 KAIST 교수, 김정진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박사(제1저자).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문봉진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박정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 팀과 함께 초미세 계단형 구리(Cu) 촉매 표면이 이산화탄소 분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온실가스의 전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온실가스 전환 기술은 최근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 글로벌 스탠다드를 달성하기 위해 산학연 및 민관 협력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함과 동시에 미래 청정 연료인 메탄올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 분해 반응은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분자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탓에 공업적으로 유용한 화학 물질로의 전환은 여전히 난제로 여겨진다.

온실가스를 포집하면 일반적으로 고온·고압의 촉매 화학반응 환경에서 전환되는데 수십 년 전 상용화된 후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구리 기반 촉매 물질의 경우 이산화탄소 분자가 일산화탄소(CO) 및 산소 원자(O)로 분해될 때 수십 기압에 이르는 고압 반응환경이 필요하다. 기존 촉매 물질을 개선하고 최적의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온실가스 전환 효율을 높일 촉매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크기가 수 옹스트롬(Å·10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분자는 촉매 물질의 표면 구조에 따라서 반응 활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상압 전자터널링 현미경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 크기의 계단형 표면 구조가 온실가스의 분해 반응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고해상도 직접 관찰이 가능한 상압 전자 터널링 현미경(AP-STM)으로 계단형 초미세 구리 표면과 반응하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분해 과정을 실시간 포착했다. 초미세 계단형 구조를 갖는 구리 원자의 표면 배열은 평평한 구조를 갖는 넓은 구리 표면 구조에 비해 훨씬 낮은 활성화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온실가스 분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는 기존 측정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마치 살아있는 듯한 촉매의 실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시간 직접 관찰된 초미세 계단형 구리 촉매의 표면 구조.
실시간 직접 관찰된 초미세 계단형 구리 촉매의 표면 구조.

연구팀은 구리 촉매 표면의 계단 위치와 충돌한 이산화탄소 분자가 상온에서도 쉽게 분해됐고 분해된 일산화탄소 분자와 산소 원자가 표면의 구조변화를 유도해 촉매반응 경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계단형 구리 표면의 화학 반응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솔레이유(SOLEIL) 방사광가속기 시설에 설치된 상압 광전자 분광기(AP-XPS)를 활용해 초미세 계단형 구리 표면이 일산화탄소와 반응하면서 이루고 있는 화학 결합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는 화학 결합 종의 상태를 연이어 발견했다. 평평한 구조를 갖는 넓은 구리 표면과의 비교를 통해 초미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초기 분해 반응 경로를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문봉진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진행된 구리 표면에서의 이산화탄소 촉매 현상의 이해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견”이라며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가장 시급한 연구 분야인 이산화탄소 분해.활용 촉매개발에 중요한 기초지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영 KAIST 교수는 “단결정 물질과 상용화된 촉매 사이 거동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돼 고효율 이산화탄소 촉매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과 한-프랑스 협력기반조성사업(STAR)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