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국종성 환경공학부·수학과 교수와 가이얀 파티라나 연구팀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더라도 극한 엘니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구 시스템 모델을 이용한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감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 상황에서도 극한 엘니뇨 발생빈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예측은 탄소 중립 등의 탄소 저감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농도로 축적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로 인해 극한 엘니뇨의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 시뮬레이션을 통해 극한 엘니뇨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은 기후가 바뀌는 ‘기후 상태 전환(climate regime shift)’을 겪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남아메리카와 호주 북서부,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평균 강우량이 감소해 사막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동아시아와 열대 아프리카, 열대 북부와 남부 아메리카 지역은 반대로 강수량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강수량 증가가 두드러졌던 북미와 남미 서부 지역, 열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겨울철 극한 엘니뇨 발생이 잦아지면 이듬해 봄에 강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극한 엘니뇨가 발생 당시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여러 지역의 기후 상태까지 바꿀 수 있음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다.
국종성 교수는 “탄소 중립 등 이상기후를 막기 위한 정책을 설계할 때 지구 평균기온과 강수량 등의 지표만으로는 복잡한 기후체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 극한 엘니뇨의 강화와 같은 현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속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장기적인 영향까지 기후변화에 의한 사회적 비용으로 평가하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리더사업(급격한기후변화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