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 디바이스의 핵심 부품인 우리나라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이 유럽연합(EU)의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의 오는 2025년 도입 이후 즉, 이른바 ‘탄소 국경세’ 장벽에 가로막혀 글로벌 부품 공급망에서 제외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평가 기구가 상당수 PCB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을 낮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LG이노텍 등 대기업을 제외한 영풍전자·심텍 등 주요 기업은 탄소 절감을 위한 준비 계획 수립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이 기후 변화 대응 수준 평가를 위한 기초 자료인 탄소 배출 데이터 파악조차 할수 없는 F성적 수준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기후변화대응 규범을 포함하고 있다. 향후 국내 PCB 산업은 EU 수출 영향권 영향을 시작으로 글로벌 PCB 공급망이 탄소배출 축소 경영에 적극 대응하는 대만 기업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에너지 절감 기술을 무기로 EU 중심의 공급망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주도권 다툼 속에서 환경 경영을 계속 소홀히 할 경우 전자·IT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PCB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 민간기구인 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주관하는 ‘2022 CDP 기후변화 대응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매출 100만 달러 이상 국내외 PCB 기업 중 CDP 평가에서 리더십 레벨인 A등급을 받은 기업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각 A-) 2곳뿐이다.
뒤이어 대덕전자만이 매니지먼트 레벨인 B-를 받았을 뿐이다. 영풍전자(F등급), 심텍(D 등급), BH플렉스(자료 미제출) 등 주요 PCB 기업들은 탄소 절감 대응 계획 준비 중인 디스클로저(Disclousre) 레벨인 D등급 이하 또는 평가를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F등급을 받았다.
CDP 등급은 대응 점수에 따라 A, A-, B, B-, C, C-, D, D-, F 등 9개 등급으로 나뉜다. CDP는 한국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300대 기업의 기후 변화 관련 경영 정보를 요청해 분석하고 CDP 평가 등급을 매년 매기고 있다. PCB 업체를 포함한 180여개 기업이 탄소 경영 정보를 CDP 자료 요청에 공개하고 있다.
반면 젠딩(ZDT)은 B- 등급, 유미마이크론 B 등급, 트리포드 B- 등급, 난야 PCB A- 등급, 골드서키트 C 등급을 받는 등 대만 PCB 기업들은 탄소 절감을 위한 환경 대응 실행에서 모범 사례를 선보이고 있다. 대만 PCB 기업이 환경 이슈 대응을 위한 기업 제조 활동, 정책, 전략 등 경영 전반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면 글로벌 PCB 공급망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공학대학교 탄소중립혁신센터 관계자는 “PCB 산업을 포함해 모든 제조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라면서 “글로벌 공급망 규정이 급격히 바뀌는 상황을 간과할 경우 PCB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공급망에서 대만에 그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입장에서 유럽·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할 경우 탄소 배출량이 적은 부품을 수급해 수출 비용 추가 부담을 덜 수 밖에 없다”라면서 “정부가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 대응 정책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수민 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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