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데이터 혁신에 팔 걷었다. 차세대 상장공시시스템 개발을 위한 XBRL기반의 데이터 분류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 혁신 로드맵을 수립한다. ‘쌓아놓는’ 데이터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로 전환한다는 취지다.
한국거래소는 8월부터 6개월간 XBRL기반의 데이터 분류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XBRL 기반으로 기업 재무정보를 수집하면 투자자들이 쉽게 재무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비교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상장사에서는 회계법인을 통해 XBRL 기반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우선 시장별 상장공시업무 프로세스(규정·지침·절차 등) 분석을 통해 서식과 데이터 개선사항을 도출한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의 서식별 상이한 데이터 속성과 서식 제목 등 표준화 방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거래소 업무와 데이터 현황을 토대로 현재 서식화하지 않은 데이터의 분류 가능성도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거래소 표준 데이터 분류체계’를 설계한다. 재무데이터는 국제회계기준(IFRS), 전자공시시스템(DART) 분류체계 등을 기반으로 하되 비재무 데이터는 업무 프로세스(규정, 가이드라인, 지침 등)를 고려해 분류한다. 상장공시시스템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향후 데이터 분류체계 관리시스템 개발도 진행한다.
XBRL 데이터 분류체계를 활용할 전략도 준비한다. 시장조치, 모니터링을 위한 재무(주요 실적자료), 비재무지표(주주총회 안건 사항)등 데이터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XBRL 데이터를 활용하는 해외기관 사례를 분석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공시·채권·증권상품 등 주요업무의 데이터 표준화를 이룩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XBRL 기반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해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데이터 호환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일 XBRL 국제 콘퍼런스에서 “재무보고 국제표준언어(XBRL)를 확대 적용하면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기업에 대한 영문 재무정보에 보다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한국 금융산업 글로벌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공공부문 전반의 데이터 혁신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데이터 중심 업무 혁신 로드맵’ 수립에도 나선다. 정부 주도의 데이터 혁신 촉구에 힘입어 데이터 기반 업무추진체계로의 개선을 위해서다. 이번에 설계하는 로드맵은 스마트 혁신의 중심축을 인프라(22년~23년)에서 데이터(24년~)로 전환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 조성, 협업툴 도입, 페이퍼리스 보고체계 도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로드맵 수립으로 현행 규정도 손볼 예정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추진을 위한 규정 제·개정 방안을 도출한다. 데이터 최고 책임자와 데이터 의사결정 기구를 신설하고 현업부서별 데이터 오너쉽 확보를 위한 직무관리규정 등 개정이 이뤄질 계획이다. 또 데이터 전담 조직 업무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중앙 거버넌스 수행 조직-데이터 부서-데이터 리더 간 과업 수행체계를 마련한다. 데이터 문화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임직원 교육도 이뤄진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