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모태펀드 출자 예산을 올해 보다 대폭 확대해 지난해 수준으로 복원한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4년도 세입세출예산안 요구서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중소기업 모태조합(모태펀드) 출자 사업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 2835억원 대비 76.4% 증가한 규모다. 기재부는 각 부처로부터 예산 요구안을 받아 심의를 거쳐 8월 말을 전후해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다.
중기부가 제출한 계획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올해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다. 올해 예산은 2835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6600억원 편성을 요청했으나 최종 4400억원이 투입됐다. 요구안이 반영되면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 재정 투입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간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모태펀드 출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실제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물론이고, 시장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태펀드 출자가 줄자 올해 1분기 기준 신규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3% 줄었다. 지난 2년간 상승분 1조4481억원 가운데 92%가 빠져나갔을 정도다.
중기부가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 편성한 이유도 투자 심리 위축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기재부에서도 지난 3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내리면서 창업초기, 스케일업, 초격차 분야 등 혁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투자 중점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중기부는 딥테크 등 초격차 분야와 시장 과소 투자영역 분야 등에서 내년 모태펀드 세부 출자 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내년도 모태펀드의 자펀드 출자는 물론 투자 집행 역시 올해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중기부 뿐만 아니라 여타 전략 분야를 육성하는 부처에서도 모태펀드 출자를 늘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최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이미 결성된 벤처펀드 다수가 투자 시점을 하반기 이후로 유예하고 있는 만큼 예산안 확정 안팎으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민간자금 유입을 통한 벤처생태계 조성을 정부 정책 방향으로 내건 만큼 재정건전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예산안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창업을 유도하고 벤처스타트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모태펀드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는 업계 공감대는 높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 생태계가 중요하지만, 전략투자 분야나 취약 영역에서는 정부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모태펀드 규모 확대는 투자심리 활성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