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공동펀드 결성 사례처럼 해외 유력 출자기관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한국벤처투자 주요 과제입니다. 민간영역의 벤처투자 역시 선순환 하도록 역할을 하겠습니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1조6000만달러 규모 벤처펀드를 결성한 성과를 소개하며 이처럼 말했다. 한국-사우디 공동펀드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와 윤석열 대통령이 맺은 양국간 투자협력 및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후속 조치다.
공동펀드는 사우디에서 1억5000만달러를 출자하고 한국벤처투자가 1000만달러를 출자해 조성된다. 한국기업에 최소 1000만달러를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양국이 합의했다.
유 대표는 사우디와 공동펀드 결성 사례처럼 해외 유력 기관이 한국 벤처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벤처투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가 사우디에 이어 영국 테크위크를 방문한 것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유 대표는 “사람 생애주기를 보면 17세까지는 계속 적자를 보다가 27세가 되어서야 흑자로 바뀌고 노년에는 다시 적자에 접어든다”면서 “교육과 노후 준비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흑자 구간의 수익을 더욱 늘려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바로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이고 그 역할을 한국벤처투자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수익을 선순환해 공익적 가치를 배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해외 출자자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유 대표는 “사우디 공동펀드 역시 우리가 출자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 결국 국내 생태계로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벤처투자에도 한류가 적용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벤처투자도 충분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 만큼 글로벌 시장에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면서 “영국 테크위크는 물론 미국 보스톤에서도 적극적으로 IR 행사를 열어 국내 출자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해외 출자자 확보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연기금 등 금융기관 역시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벤처생태계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유 대표 목표다. 유 대표는 “민간주도 생태계를 위해서는 금융권에서도 벤처투자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면서 “이른바 코오피티션(경쟁협력·coopetition) 관계를 통해 상호간 협업으로 벤처스타트업을 스케일업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해외 출자자는 물론 민간 출자자까지 새로운 사례가 하나 둘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모펀드와 관련해서는 “그간 한국벤처투자가 앵커 투자자(LP)로서 펀드 출자에 참여했던것과 달리 출자를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면서 “가능하면 한국벤처투자에서 업무집행조합원(GP)을 맡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국가 전략분야에 대한 투자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를 기획하던 당시부터 줄곧 이야기했던 분야가 바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라면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반도체 분야 밸류체인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