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이 없는 이유는 규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태언 테크앤로벤처스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ET테크리더스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 대표는 ‘초거대 AI시대 데이터 주권’ 주제 발표에서 “오픈AI가 챗GPT를 만들 때 구글에 있는 인터넷 정보를 모두 수집해서 학습시켰다”며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으로 인터넷 정보를 학습시킬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 대표는 “한국은 비식별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까지도 보호하고 있어 AI 개발이 어려운 환경”이라며 “생성형AI가 산업을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인데, 개인정보 과잉보호가 국가데이터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AI 학습 과정에서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어도 모두 개인정보로 간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베타버전을 출시해 출·퇴근 때 이용 가능한 수준이고, 어색한 부분은 학습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현대차에서 차량 블랙박스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려면 길거리에 찍힌 사람과 번호판 모두 개인 동의가 필요해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주행 스타트업이 나오기 힘든 배경이다.
구 교수는 한국은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지 않는 ‘대기업 절벽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2017년에 최근 1년간 투자 받은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기업에 한국 기업은 없었다”며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데 10년, 대기업까지 20년이 걸리는데 지금 세계적 스타트업이 없다는 것은 2030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은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미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앱 월간 총 사용시간에서 유튜브가 13억 8000만 시간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81%가 유튜브 앱을 사용한다. 2위는 인스타그램 5억 2천만 시간이며, 넷플릭스, 페이스북, 틱톡, 트위터가 뒤를 이었다. 7위에 5천만 시간을 차지한 네이버 밴드가 국내 기업에서 유일하게 순위권에 올랐다.
구 교수는 규제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 들어오면 규제로 70%가 불법으로 이 중 40%는 사업이 불가능하고, 30%는 서비스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전동킥보드 규제로 중국산 전동킥보드가 99%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규제는 시장을 없애고, 결국 제조업도 사라지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규제 거버넌스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미온적 혁신으로는 디지털 경제로 획기적 전환이 어렵다”며 “정부가 중립적으로 민간 주도 경제에서 생기는 부작용만 시정해주는 역할로 체제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