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이 차세대 해군 호위함 수주를 놓고 격돌한다. 한화오션 인수 당시부터 신경전을 펼친 양사가 맞붙는 첫 무대다. 향후 이어질 주요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은 기선제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30일 울산급 배치(Batch)-III(3) 사업의 마지막 물량 ‘5, 6번 호위함’을 입찰한다. 사업 예산은 총 8334억원이다. 수주전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양강구도를 형성했다는 관측이 따르는 가운데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한화오션 인수전부터 신경전을 펼친 양사가 한국형 구축함(KDDX) 개념설계 탈취 등을 놓고 본격 대립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맞붙은 첫 수주전이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사업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울산 본사에서 배치-3 1번함인 충남함을 진수했다. 충남함은 60도 전방위 탐지·추적·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를 탑재해 대공방어 능력을 강화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치-3 5, 6번 함정 입찰에서 높은 기술 사양과 사업 안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전을 ‘수상함 명가 재건’ 비전 달성의 첫 관문으로 보고 총력을 쏟고 있다. 배치-3 5,6번 함정엔 한화시스템의 복함센서마사트, 전투체계를 탑재, 그룹사 간 시너지를 십분 활용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선도함보다 뛰어난 후속함’임을 강조하며 선도함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을 견제하고 있다.
양사는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마덱스)2023’에서 전초전을 치렀다.
당시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조선 분야 최고 회사”라며 “수상함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의 경쟁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화오션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까지 현장을 방문, 한화오션 지원 계획 등을 밝히며 후방 지원에 나섰다.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영업담당은 “이달 30일 울산급 배치-3 5번, 6번 함의 입찰이 있다. 목숨 걸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의 특수선 수주 경쟁은 내년 예정된 KDDX사업으로 이어진다. KDDX는 선체부터 각종 무장까지 국내 기술로 건조되는 첫 국산 구축함이다. 구축함은 대함·대잠·방공 등 공격을 수행하는 중대형 함정으로 방사청은 상세설계와 함건조 사업 입찰을 계획중이다.
한화오션은 앞서 KDDX 개념설계를 담당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주했는데 한화오션은 이를 두고 자사 개념설계를 탈취한 결과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법원과 방사청의 판단을 받은 사안으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 인수 이후 첫 대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KDDX 둘러싼 갈등까지 더해 양사의 경쟁구도가 더욱 뚜렷해 지고 있다”면서 “기술 개발 가속화 등 경쟁의 긍정적 효과가 부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