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업체 JSR를 인수한다는 소식이다. 일본 국부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JSR 상장 주식 전부를 9039억엔(약 8조2000억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JSR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기업이다. 포토레지스트(PR)는 반도체 웨이퍼에 정밀한 회로를 그려 넣는 데 꼭 필요한 소재다. 특히 JSR은 3나노(㎚)·5나노와 같은 초미세 회로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용 PR 선두다. 이 회사 EUV PR은 업계 ‘표준’으로 불릴 정도로, 반도체 제조사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런 JSR을 인수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사기업을 국유화한 이례적 사례다. 일본이 첨단 반도체 제조 및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JSR 인수로 우려되는 것이 무기화다. 수출 통제에 나서게 되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게 된다. 우리는 이를 실제 경험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 2019년 7월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3개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전격 단행했다. 이때 대상이 된 PR이 바로 EUV PR이었다.
당시 JSR EUV PR은 우회로를 통해 수급하고, 활용도 많지 않아 큰 위기는 없었지만 앞으로 AI·자율주행 등이 발전하게 되면 초미세 반도체는 필수고, 이에 EUV PR도 더 필요해질 수 밖에 없다.
반도체 부활을 추진하는 일본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면서 충실한 대비책도 강구해야 한다. 국산화·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강화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