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민간모펀드 출자 허용해야”…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

“벤처투자업계는 날로 성숙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자금도 유입돼야만 합니다. 퇴직연금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정책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투자시장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민간 자금이 새롭게 유입될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처럼 강조했다. 윤 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민간모펀드에 기존 출자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만큼 새로운 민간 자금인 퇴직연금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줄곧 벤처투자 시장 확대에 걸맞게 협회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협회 출범 27년만에 벤처투자협회로 명칭 변경을 추진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은 물론 대·중소기업이 설립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까지 벤처투자 시장 참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협회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 회장이 추진했던 협회 명칭 변경 안건은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윤 회장은 “협회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회원사 반대로 인해 협회명을 변경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도 “외연이 넓어진 만큼 이제 단순히 회원사 이익만을 대변하기보다는 벤처투자가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인가를 더욱 폭넓게 고민하는 것이 협회의 새로운 과제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벤처캐피털(VC) 존재 이유는 결국 우수한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유망 기술에 투자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제는 모태펀드에만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금을 투자시장에 유입시키는 것은 물론 금융권과 경쟁해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퇴직연금을 벤처투자 시장에 유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벤처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운용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출자자 역시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출자자가 아닌 다양한 출자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간주도 벤처 생태계로 전환을 강조하는 만큼 벤처투자업계와 시장 역시 변화에 맞춰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회장은 “모태펀드와 벤처펀드는 장기 투자일수록 수익률이 좋은 만큼 퇴직연금 운용 방식과도 잘 어울린다”면서 “퇴직연금을 민간모펀드 출자자로 유입시켜 여타 출자 기관 부담을 줄이고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과도 벤처캐피털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퇴직연금 민간모펀드 출자 허용해야”…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

벤처캐피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일부 VC 심사역의 고연봉 등으로 이제 벤처캐피털은 모두의 시샘 대상이 될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면서 “자율규제위원회 등 자체적인 규제 체계 확립은 물론 새로운 투자 문화 조성까지 협회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할 일을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