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집적단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대덕특구는 1970년대 '과학입국 기술자립' 신념 아래에 반세기 역사를 거쳐 현재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2300여개 기업이 모인 국가 연구개발(R&D) 대표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아 원로과학자 등을 통해 7회에 걸쳐 지난 역사 속 최첨단 과학기술 자립화 등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대덕특구는 50년의 경험과 토대를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선도국, 반도체 강국, 세계 7대 우주 강국 등 성과를 이뤄낸 '대한민국 과학기술 1번지'입니다. 기술자립이라는 국정 철학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과학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과학자들의 피와 땀이 더해진 지난 50년 역사는 매우 뜻깊습니다.”
김인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전문위원은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에 대한 소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전신인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시절부터 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대덕특구 기반 및 인프라 조성에 공헌한 인물이다. 현재는 정책연구, 전략기획 등을 자문하며 대덕특구가 미래 신산업 창출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이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는 “대덕특구는 과거 서울 홍릉 연구단지의 부족한 연구환경을 해결하고자 제2연구학원도시 조성이 검토되기 시작한 1973년이 시발점이었다”며 “이듬해 현장 공사를 시작으로 1976년 명칭을 대덕연구학원도시에서 대덕전문연구단지 건설계획로 변경, 1978년 한국표준연구소(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를 시작으로 출연연과 민간기업 연구소, 대학 등 입주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덕특구는 1994년 대덕연구단지에 관한 별도 법률인 '대덕연구단지관리법' 시행과 함께 연구성과 실용화 촉진 기반이 마련됐으며, 2005년 참여정부에 들어서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신기술 연구·개발·사업화를 주기능으로 하는 지금의 산·학·연 혁신 클러스터로 규모와 기능이 확대됐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대덕특구는 눈부신 성과를 쌓아 올렸다.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의 백곰미사일 개발로 자주국방 기틀을 마련했으며, 198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초고집적 반도체 개발로 반도체 강국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 CDMA 개발을 통해 정보통신기술 선도국 타이틀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2020년 기초과학연구원의 세계 최초 코로나19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 완성으로 바이러스 극복 열쇠를 찾았으며, 지난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실용발사 성공을 통한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 등으로 과학기술 강국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은 “대덕특구는 2005년 대비 입주기업 3.43배, 총 고용인원 3.66배, 총 매출액 8.35배, 박사급 인력 2.74배, 기술이전 2.5배 등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공공 연구성과는 물론 사업화를 통한 눈부신 경제 성과를 이루고 있다”며 “50년 역사를 통해 연구 중심지에서 대표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대덕특구가 전세계 기술패권과 신냉전 체제 등 직면한 환경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현재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난 분야를 포함해 대체 불가능한 초격차 전략기술 분야를 확보하는 주역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산업 측면으로는 국가 R&D 중심지 역할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양자·바이오·차세대 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는 거점으로 성장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또 “공간적 측면에서 대덕특구는 연구와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재창조, 이를 통해 인재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로 발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위원은 “대덕연구단지와 대덕특구를 통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50년을 기약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