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경색 분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화장품 업계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소비 회복 영향이 올 2분기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사이의 냉각기류가 이어지면서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췄다.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각각 기존보다 2만원씩 낮춰 15만원, 14만원으로 변경했다. LG생활건강도 상황은 비슷하다. NH투자증권은 목표가를 4.2% 하향 조정한 69만원으로 하나증권은 15% 낮춘 65만원으로 조정했다.
2분기 실적 어닝쇼크도 예고됐다. NH투자증권은 LG생활건강 2분기 매출 1조8366억원, 영업이익 1778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18% 줄어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467억원, 337억원으로 예상했다.
2분기 부진한 실적이 예고된 것은 중국 사업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현지 화장품 소비트렌드가 해외 명품 화장품과 자국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이 시작한 6·18 쇼핑 축제 사전판매에서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나스가 화장품 분야 1위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후)과 아모레퍼시픽(설화수)은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중국사업은 이니스프리 흑자 지속, 마몽드 흑자 전환, 라네즈 적자 축소로 오랜 기간에 걸친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중국 e커머스 유통 재고 조정에 따른 매출 상계로 중국 설화수 매출은 시장 성장률을 하회할 것을 전망되며 중국 설화수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단체관광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면세점 매출이 줄어든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에서 면세채널과 중국 현지의 느린 개선 탓에 2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 관광객 유입 현황이나 면세점 동향을 참고할 때 5월까지는 기대치 이하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사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국가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리뉴얼과 광고 모델을 교체하며 젊은 이미지로 변화를 꾀했다. 기존 설화수는 한자 로고를 전면에 배치했지만 리뉴얼 이후 영어로 로고를 교체했다. LG생활건강은 대표브랜드인 후 신규 라인으로 북미와 유럽을 겨냥한 ‘로얄 레지나’를 선보이며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