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예금·보험, 플랫폼 출시에도 웃지 못하는 핀테크

류영석 기자 =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5월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이날부터 소비자는 대출 비교 플랫폼, 주요 금융회사 등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다. ondol@yna.co.kr
류영석 기자 = 금융권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이 시행된 5월 3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와 카카오페이 대출 비교 서비스 ‘대출 갈아타기’ 화면 모습. 이날부터 소비자는 대출 비교 플랫폼, 주요 금융회사 등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다. ondol@yna.co.kr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 시작 이후 시중은행의 플랫폼 추가 참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예금중개, 보험중개 플랫폼에서도 금융권이 자사 앱·서비스 우대 정책을 이어갈 경우, 당초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달 시작한 대환대출플랫폼에 은행 참여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6월 현재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플랫폼 운영사는 출범 당시에 비해 시중은행 제휴처를 늘리지 못했다. 플랫폼 이용율도 자사 상품 중심으로 대환대출 정보를 제공하는 은행 앱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기간 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전체 비대면 대환대출 중 10% 정도만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당초 플랫폼에서 여러 상품을 전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가 달성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플랫폼 출범 당시, 시간이 지날수록 시중은행 참여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금비교·중개 서비스에서도 은행들이 플랫폼 참여보다는 자사 앱 위주 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사와 플랫폼 업계를 통틀어 최초다. 3분기 네이버파이낸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NHN 등 플랫폼 업체들이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가운데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띄운 것이다.

신한은행은 자사 모바일뱅킹 앱 쏠(SOL)에서 51개 금융사 예적금을 비교할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 실제로 가입할 수 있는 금융사는 신한은행과 신한저축은행 두 곳이다. 즉, 자사 계열사 상품만 갖춘 채 오픈 한 것이다. 플랫폼 업계와 경쟁을 의식해 우선 서비스를 런칭하고 이후 제휴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사 상품 위주로 서비스를 전개하기 시작하면, 금리 비교로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훼손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분야도 기존 대형 금융사 장벽이 높긴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등 대형보험사 5곳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올해 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실손·여행자·운전자·저축성 보험)에 “표준 API를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보험사가 플랫폼에 제공하는 정보 창구를 단일·표준화 하자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는 이 같은 보험업계의 시도가 ‘시간 끌기’라고 비판한다. 기존 ‘보험다모아’ 서비스를 통해 이미 확인한 부작용을 다시 재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표준화된 창구를 통해 보험 정보를 제공하고 가입을 지원하는 보험다모아는 그동안 실제 보험료와 차기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다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 또 표준화 시스템을 넣자는 것은 플랫폼 출범을 늦추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표준화 작업이 시작되면 연내 플랫폼 개시도 어려울 뿐 아니라 효용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