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트렌드 토픽을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8월,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을 하며 약 1년간 진행했던 시범 서비스를 접는다. 정치권의 실검 부활 및 여론 조작이라는 지적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글로벌 기업의 이용자 추천 및 실시간 트렌드 서비스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서비스 격차 우려가 제기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에 네이버앱 추천·구독판에 트렌드 토픽 서비스를 출시했다. 실검과는 다른 매커니즘으로 토픽을 추출한다. 급상승 검색어와 같이 ‘입력되는 검색어’의 순위가 아니라, 사용자가 활발하게 생산·소비하는 문서를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자동 추출한 문구를 제공한다.
서비스 취지 또한 다르다. 사용자가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전에 확인해보지 않는 토픽을 우선적으로 랜덤 노출하기에 사용자마다 보이는 트렌드 토픽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비해 실검 서비스(급상승 검색어)는 1분 단위로 평소 대비 검색량이 급격하게 상승한 검색어를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검색어 순위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어뷰징 우려가 발생한 바 있다.
트렌드 토픽과 실검 서비스는 구현 매커니즘과 취지가 다름에도 정치권에서는 실검의 부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론 조작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키워드 추천 및 실시간 트렌드 제공 서비스는 범용 서비스다. 글로벌 기업은 이용자가 관심 가질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실시간 트렌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인기 검색어, 인기 해시태그, 나를 위한 트렌드 및 실시간 트렌드 등 추천 서비스를 각각 제공 중이다. 구글, 엣지, 빙 등 검색 플랫폼 또한 뉴스 추천 서비스를 지원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틱톡, 에어비앤비 등 콘텐츠 제공 플랫폼의 경우 ‘베스트, 인기, 실시간, 트렌드’ 등의 문구를 활용해 이용자의 선택을 돕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공방이 글로벌 플랫폼과 토종 플랫폼의 서비스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 흐름과 정반대 규제 정책이 서비스 품질 저하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는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전문가를 선임하고 있다. 트렌드 연구는 사회적인 시그널로써 파악이 필요한 분야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플랫폼 내 ‘실업’ ‘실업률’ 등의 단어 검색량이 늘어나면 불경기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선제 대응 등이 가능하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구글이 경제학의 대가 할 바리안(Hal Varian) 교수를 트렌드 키워드 연구자로 선임한 만큼, 트렌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그널을 가늠하는 지표”라며 “검색엔진을 쓰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사회적 관심에 대한 정보 획득의 측면도 있는 만큼 해당 기능을 폐지할 경우 서비스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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