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면 자가용을 타고 출근한다. 긴 통근거리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고민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주차비, 둘째는 유류비, 나머지는 남산터널 통행료다. 통행료는 가장 큰 고민이다. 징수를 피하려면 남산순환도로를 돌아오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나마 대안으로 통행료 부과시간을 피해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택한다.
얼마 전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낯설지만 반가운 ‘혼잡통행료 무료’라는 표지판을 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혼잡통행료로 징수하는 2000원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이 줄기도 했지만, 전기차 증가 등 면제차량 비율이 60%에 달하면서 실제 징수 효용이 있는지를 확인할 목적으로 한시적 면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통행료 등장은 ‘교통수요관리(TDM)’ 정책의 일환이다. 대표적 교통수요관리 정책 중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은 통행료 징수, 자가용10부제 운행 등이다.
이같은 규제정책이 무력화된 배경엔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미래 모빌리티로 일컬어지는 전기차 권장정책이 한몫 했다. 고유가 시대에 정부보조금 지급, 주차요금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년대비 친환경차는 37.3%, 전기차는 68.4%라는 폭발적 증가율을 보였다.
결국 교통수요관리 차원에서 채찍이 제대로 작용하려면 교통수요와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가용 없이도 누구나 완벽한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나로 통합된 모빌리티 운영을 지원하는 정책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 가능한 모빌리티를 하나로 묶는 통합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마스(MaaS)’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자가용 수요를 완벽하게 대체하기 위한 모빌리티 연계 플랫폼 도입이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여정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경로 최적화를 통해 대중교통은 물론, 출발·목적지 인근의 공유 모빌리티까지도 연계해 ‘끊김 없는’ 통합 환승 적용을 가능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대중교통 통합 환승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퍼스트·라스트 마일’ 구간에 대중이 즐겨 이용하는 공유 모빌리티를 연계한다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교통카드 한장만으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꿔 볼만 하다.
휙고는 공유 모빌리티 이용질서 확립 차원에서 거점이 되는 PM 주차공간을 지자체와 협의해 마련하고 있다. 이를 관리할 주체를 찾기 위한 민관 협력도 진행 중이다. 비로소 대중교통과 공유경제간 시너지를 기대해 볼 날도 머지 않았다.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교통수요관리 차원에서 대중교통과 공유 모빌리티를 연계 이용하는 시민에게 적절한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에 국한해 적용되던 환승할인 정책을 공유 모빌리티 영역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자가용 이용으로 인한 교통체증이나 탄소배출을 줄여주고, 도로확충이나 인프라 투자에 소요되는 재원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교통혼잡으로 길에서 낭비되는 비용이 한 해 7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더 이상의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공유 모빌리티까지 대중교통 체계에 편입시키는 대승적인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절실하다.
이승환 휙고 최고기술책임자(C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