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역할이 금융 업무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점포 감축에 돌입한 은행과 달리 편의점은 금융 특화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금융 소외 계층 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편의점이 떠오르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가 시중은행과 협업해 운영하는 금융 특화 편의점은 총 10곳이다. CU가 4곳, GS25가 2곳, 세븐일레븐이 3곳, 이마트24가 1곳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 특화 편의점은 편의점과 은행이 함께 만든 차별화 편의점이다. CU는 하나은행, GS25는 신한은행, 세븐일레븐은 DGB대구은행, 이마트24는 국민은행과 협업하고 있다.
CU는 금융 특화 편의점 4호점 'CU옥정노블랜드점'을 경기도 양주시에 오픈했다. 이번 매장은 화상 상담에 특화된 자동화 기기(ITM)로 은행원과 직접 대면하며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 통장 개설과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보안카드(OTP) 발급 등의 기능만 제공했던 기존 자동화 기기(STM)보다 기능이 확대됐다.
GS25는 금융 특화 편의점으로 GS25고한주공점과 GS25영대청운로점을 운영하고 있다. 1호점인 고한주공점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해 있다. 은행 점포를 방문하기 힘든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기능에 중점을 뒀다. '직원 연결' 버튼을 설치해 누르면 영업점 직원과 화상으로 연결돼 원격으로 기기 조작을 돕는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첫 금융 특화 편의점을 오픈한 뒤 올해 2개를 추가로 오픈해 3곳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 특화 편의점 세 곳의 처리 금융 업무 실적은 일평균 100건에 달한다. 이마트24도 지난해 5월 금융 전문 편의점 1호점을 오픈했다.
편의점이 은행을 대신하는 가장 큰 역할은 단연 CD·ATM이다. 디지털 전환과 신용·체크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은행은 빠르게 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영업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지난 2021년 12월 말 3079점에서 2022년 12월 말 2883점으로 1년 만에 점포 196개가 사라졌다.
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편의점 내 CD·ATM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21년 7800여대였던 CD·ATM은 올해 8900여대로 2년만에 1100개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GS25도 1만2163대에서 1만3000여대로 1000대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도 GS25 골드바 판매·환전 서비스, CU-페퍼저축은행의 적금 판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향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으로 불거진 금융 소외계층 문제에 편의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11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 업무를 제3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은행대리업이 도입될 경우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 또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과 생활 패턴 변화로 유통과 금융이 결합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편의점의 금융 기능 또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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