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尹 정부는 검찰공화국일까

안영국
안영국

지난달 29일 내정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 출신인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3년 임기를 모두 마치고 퇴임한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던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제는 권익위까지 검찰세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김 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면 권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3명 모두 법조인 출신으로 채워진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프레임'이라고 일축한다. 김 위원장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경력과 자리에 맞지 않는 인사가 아닌데도, 트집잡기식 비판이라는 것이다. 전현희 전 위원장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법조인(변호사) 출신이었다.

권익위는 2008년 고충민원 처리와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부패 방지·규제를 위해 설립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패 척결이라든지 국민권리 보호 역할은 법조인, 특히 현장에서 실무를 다뤄본 판사나 검사가 적합하지 않나”라고 항변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인사를 앞두고 업무 성격상 법조인을 찾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검사 시절에도 신망이 높았고 일을 굉장히 합리적으로 처리하기로 평이 자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역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처럼 '늦깎이 검사'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 대신 군 입대를 선택했고, 군에서 제대한 뒤에는 농협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양계장을 시작했다. 병아리 3000마리를 키워 달걀 초란을 매일 새벽 충남 예산읍내 다방에 짐자전거로 배달하며 집안을 지탱했다. 그러던 중 지하다방 쪽방에서 지친 얼굴로 초란을 받으러 나오는 종사자들의 사연을 접하고 아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양계장을 처분하고 충남대 법학과에 입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국민의 고충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권익위원장으로 능력과 품성을 모두 겸비했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내정하면서 다시 불거졌지만, '검찰공화국'이라는 단어는 지난 대선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줄기차게 밀어붙인 화두였다. 실제 윤석열정부 구성원 중 검사나 검찰 출신이 도드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프레임 공격'으로 판단하는 이유도 있다.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대통령실 참모(수석비서관회의), 격주 화요일에는 국무위원(국무회의)들과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 수석비서관회의에는 검사 출신이 단 한명도 없고, 국무회의 참석자 중에서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명 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다. 수사와 관련된 언론보도와 현안이 많은데, 회의 중에 검사 출신이 없다보니 답답한 면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정부 주요 자리에 검사 출신이 많다고 주장하는게 타당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불행하게도 대다수 국민은 검사, 법조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 '암흑 속의 빌런'으로 나오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우리 근현대사 곳곳에서 '적폐' 그 자체였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관건은 출신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적합한 인물을 적합한 자리에 인사를 했느냐가 핵심이다. 김홍일 위원장이 보일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것이 달렸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