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에 이어 법원도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허청은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에 대한 무효처분에 불복해 열린 행정소송 사건과 관련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무효처분을 지지하는 판결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미 미국과 유럽, 호주는 대법원(최종법원)에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영국·독일에서 대법원 계류 중이며 아시아 최초로 한국 법원이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AI가 수개월 걸리던 반도체칩을 6시간 만에 완성하거나, 코로나19 백신 안정성을 높여 효능을 100배 이상 증가시키는 등 사람이 하던 일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AI가 미술, 음악 등 저작물 제작에 기여한 사례가 연일 나타나고 있어 미국 저작권청에서 사람이 표현한 창작물과 AI가 만든 결과물이 상호 결합된 저작물에 대해 사람을 저작자로 해 등록해주겠다는 지침을 올해 3월에 발표한 바 있다.
특허청은 AI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특허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 IP5 청장회의에서 우리가 제안한 'AI 발명자 관련 법제 현황과 판례 공유' 의제가 안건으로 최종 승인되는 성과를 거뒀다. 주요국 산업계 요구로 AI 관련 발명에 대한 IP5 공통 심사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의제로 채택했다.
특허청은 IP5 청장회의 후속조치로 홈페이지에 'AI와 발명(가칭)' 코너를 개설할 계획이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할지 국내외 논의사항 및 주요국 법원판결, 관련 발명 심사기준 등이 개시될 예정이다.
미래에 필요한 특허법제 개정방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하기 위해 위 홈페이지 코너를 활용해 대국민 설문조사(Public Consultation)도 진행한다. 또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참조해 2021년도에 운영한 바 있는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 AI 전문가 협의체를 재구성해 어떠한 특허법 체계를 갖춰야 할지 입장을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대국민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10월 열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특허법상설위원회(SCP)와, 내년 6월 한국에서 개최될 IP5 청장회의를 통해 국제 지식재산 회의체에 우리나라 입장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지난 IP5 청장회의를 통해 주요국 특허청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AI 관련 다양한 지재권 이슈에 초미의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IP5, WIPO 등과 AI 관련 특허제도 논의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국제적으로 조화된 특허제도를 정립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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