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전기차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춰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배터리 구독(리스)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서비스 실증을 거쳐 내년 하반기 정식 출시 예정이다.
기아는 현대캐피탈, 신한EZ손해보험 경영지원그룹장,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등과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배터리 저당권 설정을 위한 한국교통안전공단 등록시스템 개편 후 국내에서 처음 실시하는 시범사업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 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
기아는 실증 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하반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다. 기아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 총괄기획과 차량공급, 폐배터리 매입·활용처 확보를 담당한다. 현대캐피탈은 배터리 리스 상품 개발, 신한EZ손해보험은 배터리 전용 보험상품 개발을 맡는다.
실증사업 대상인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한미산업운수·상록교통 2개 업체는 서비스 운영과 정식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 효율성, 운영 안정성 등을 검증한다. 참여사들은 배터리 잔존가치 산출 표준모델 수립을 위해서도 협력한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우선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 특화 상품으로 선보인다. 내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아 택시 전용 모델 '니로 플러스'에 적용해 생계형 전기차 구매 고객을 위한 혜택을 제공한다.
가장 큰 효과는 전기차 구매 비용 절감이다.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 초기 구매 시 지급하고 배터리 가격은 매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 구독 기간 배터리 가치에 대한 비용만 지급하면 돼 차량 유지비 측면에서 유리하다. 예를 들어 보조금을 받아 3000만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니로 플러스에서 배터리 가격(2000만원 전후)을 빼면 최종 실구매가를 1000만원 중반대까지 낮출 수 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용 보험 가입이 가능해 자기차량손해담보보험(자차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영업용 차량(택시)의 보험 적용이 가능해진다. 배터리 고장 발생시 운영 비용 부담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기아는 배터리 전용 보험을 개발해 구독 중 사고나 고장 등이 발생하면 별도 비용 없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할 게획이다.
실증사업은 기존 유사한 배터리 구독 서비스 사업이 가지고 있던 불합리한 조건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업계가 내놓은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단순히 배터리를 빌려서 쓰고, 계약 종료 후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사에 이관해야 했다. 구독 중인 배터리가 고장나면 고객이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등 공급자 중심 상품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실증으로 소비자 관점에서 혁신이 이뤄지도록 서비스 모델을 개발, 검증할 계획”이라면서 “배터리 잔존가치 산출 표준모델을 기반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월 구독료를 최소화해 차량 유지비용을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