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양자메모리 분야 석학으로 알려진 함병승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양자역학 핵심 현상 가운데 하나인 '양자지우개'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양자지우개란 양자역학에서 머릿속 생각으로 진행하는 사고실험 중 하나다. 양자가 지닌 파동-입자 이중성과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특성을 보여주며 양자의 특성을 측정하거나 감시하는 행위가 양자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데 사용한다.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는 입자로서 특정한 위치와 운동량을 가질 수 있지만 파동으로서의 특성을 나타낼 수도 있는데, 두 특성은 서로 배타적으로 나타난다. 불확정성 원리는 위치와 운동량 두 물리량을 정확히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양자 특성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음을 의미한다.
광학 장치로 양자 경로를 관찰하면 양자는 입자로서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다른 광학 장치로 양자 경로 정보를 삭제하고 파동 특성을 관찰하면 파동으로서의 특성을 보인다. 양자 행동을 관찰하는 것 자체가 양자 특성을 바꾸게 되는 것으로, 결과가 원인에 영향을 주는 소급 관측에 의해 인과관계가 뒤집히게 된다.
이처럼 입자와 파동의 성질이 서로 보완적이고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는 양자의 상보성이 사건 발생 후 지연선택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은 양자역학의 핵심 논쟁 중 하나다.
함 교수팀은 간단한 간섭계 실험을 통해 양자지우개에서 소급관측은 관측 가능한 사건 중 절반만을 선택적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조작된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양자역학의 상보성에 대한 논란에서 각각의 사건이 인과론을 만족시킴에도 불구, 양자 측정 방법에 의해 선택된 사건만이 특정돼 마치 인과론이 위배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양자지우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간섭계가 개별 광자(입자적 특성)의 결맞음(파동적 특성)을 만족해야 함을 실험적으로 증명함으로써 개별 입자의 위상관계가 필수적 요건임을 규명했다.
함 교수는 “양자역학의 토대가 되는 상보성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해야만 비로소 양자얽힘의 신비함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현재 통용되는 광소자와 광통신 기술과 양립하는 미래 양자정보통신의 기술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함 교수가 지도하고 김상배 박사과정생이 수행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학정보통신기술연구센터(ITRC) 양자인터넷 사업과 GIST연구개발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