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는 설계 단계부터 시공과 감리까지 모든 단계마다 총체적 부실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에서부터 각 단계마다 전단보강근(철근)을 빠뜨리기 시작한 상태에서 콘크리트 강도까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서 토사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구역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사고조사 결과와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사조위는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을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우선 첫단계인 설계에서부터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설계상 사고 구간 모든 기둥 32개소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한데, 기둥 15개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표기했다.
무량판 구조에서는 기둥과 슬래브(천장)를 접합하는 보가 없어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전단보강근을 설치해야 한다. 구조계산서와 설계서 등 설계단계에서 32개 기둥 중 15개에서 전단보강근이 빠지게됐다. 시공과정에서는 또 추가로 4곳이 빠졌다. 기둥 32곳 중 붕괴해 확인이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고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시공과정 중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는 검측 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부실하게 세워진 기둥 위에 조경공사 등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토사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결국 붕괴가 됐다. 설계값은 1.1m 두께의 토사를 고려했지만 식재 과정에서 흙을 밀어내면서 2.1m 두께까지 갔다. 결국 주차장 슬래브가 무너져 내렸다.
콘크리트의 재료품질 저하 문제가 있었다. 사고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사고부위에서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보다 낮게 측정(16.9MPa)됐다.
뿐만 아니라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고 안전관리비를 출퇴근 셔틀 임차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관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품질 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품질관리계획 변경 시 골재시험 빈도를 7회에서 0회로 변경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는 이를 '이상없음'으로 검토했으며, 발주청인 LH는 시험 빈도 등을 조정할 특별한 사유 없이 승인했다.
사조위 발표 후 GS건설은 사과문을 내고 전면 재시공 방침을 밝혔다. GS건설은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구간 외의 아파트 상부 구간에 대해서는 LH가 정밀 안전 진단 중이며, 8월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시공 범위가 정해질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전면 재시공을 요구해왔다. GS건설은 결과와 무관하게 재시공방침을 밝히면서 철거와 재시공, 입주지연 보상까지 수천억원의 손실을 안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검단 아파트 외 GS건설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점검 결과와 처분사항을 8월 중순 발표한다.
이날 사고조사결과 발표 현장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참관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사고 직후에도 현장을 찾으면서 GS건설과 LH의 건설현장 특별 점검이 가속화됐다. 원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이지경까지는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철저하게 원칙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