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로 대기 중 물 생산 기술 개발…미 데스밸리 사막에서 실험 성공

대기 중 수분으로부터 물을 수확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가장 건조하고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있는 데스밸리 사막에서 실제 실험한 결과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을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송우철 환경공학부 교수, 오마르 음완네스 야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화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의 수분에서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무한한 자원을 이용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도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워터'에 6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포스텍과 UC버클리대가 공동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미국 데스밸리 사막에서 실제 실험한 결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텍과 UC버클리대가 공동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미국 데스밸리 사막에서 실제 실험한 결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된 MOF(Metal-Organic Framework)는 1~2나노미터(㎚) 크기의 매우 작은 구멍을 포함하고 있는 다공성 물질이다. 표면적이 큰 MOF는 대기 중 수분을 흡착하는 흡착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MOF를 기반으로 밤에는 대기 중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고,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흡수한 수분을 액체로 모으는 수확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확기는 직사각형 모양인 기존 수확기와 달리 원통형 모양으로 설계돼 본체의 투영 면적이 태양 궤적을 따라 일정하기 때문에 일출부터 일몰까지 태양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송우철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왼쪽)와 오마르 음완네스 야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의 수분에서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송우철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왼쪽)와 오마르 음완네스 야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의 수분에서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미국 버클리 지역(2022년 6월 중)과 데스밸리 사막(2022년 8월 중)에서 수확기를 사용해 물을 수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데스밸리 사막은 세계에서 온도가 매우 높고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자정에도 기온이 40℃ 이상을 유지하며, 낮에는 57℃를 웃돌고, 상대습도는 7% 이하인 건조한 환경이다.

실험 결과 버클리 지역과 데스밸리 사막에서 MOF 1㎏당 하루 최대 물 285g과 210g이 각각 생산됐다. 이는 기존 수확기가 생산한 물의 양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또 연구팀이 개발한 수확기는 극도로 건조하고 뜨거운 조건(최고 기온 60℃, 야간 평균 습도 14%)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독자적인 응축기와 MOF 흡착 시스템을 이용해 다른 에너지원이나 외부 전력 공급원 없이 순수하게 태양에너지로 물을 생산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극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송우철 교수는 “환경문제와 맞물려 심화되고 있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전세계 어디든 지형과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수자원 확보가 가능해 지속가능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