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에 새생명을 넣다 ② 냉장고]일일 800대 폐냉장고 재활용…연간 24만대 재탄생

TV, 휴대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가전제품은 생산과 사용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가지고 있으며, 잘못 폐기되는 경우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가전제품 재활용은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자신문은 E-순환거버넌스와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있는 TV와 냉장고, 공기청정기, 청소기, 노트북, 프린터 등 6가지 제품에 대한 재활용의 중요성과 현재 상황,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게재한다.
김령환 E-순환거버넌스 수도권자원순환센터 기술지원팀장이 통제실에서 폐냉장고 재활용 과정을 살피고 있다.
김령환 E-순환거버넌스 수도권자원순환센터 기술지원팀장이 통제실에서 폐냉장고 재활용 과정을 살피고 있다.

“여러 가전제품 중에 냉장고 비중이 큽니다. 약 30초에 1대를 처리할 만큼, 빠르고 정확한 재활용은 자부심도 느낍니다.”

지난 5일 찾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수도권리사이클링센터. 센터는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큰 소리와 공장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기계들이 바쁘게 돌아갔다. 창고에는 성인 3~4명 높이로 폐냉장고가 가득 차 있었다. 창고 앞에는 대형 트럭이 냉장고를 한 차 가득 싣고 와 내릴 준비에 분주했다.

소비자가 여름철 냉장고를 많이 교체하다 보니 이 기간 폐냉장고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폐냉장고가 재활용 벨트 위에 올라서면 직원들은 폐냉장고 앞뒤로 붙어 앞에서는 안에 선반과 서랍 등을 분리하고, 뒤에서는 냉매를 회수하고 콤프레셔(compressor)를 뗀다. 파쇄기에서는 대형 폐냉장고가 채 3초를 채 버티지 못하고 가루가 돼 벨트에 실려 나온다. 이후 우레탄을 강한 흡수력으로 빨아들여 분류하는 우레탄 선별기와 자력선별기를 거처 스테인리스(SUS)선별기를 지난다. 이후 구리·알루미늄·플라스틱을 선별하는 금속·플라스틱(광학)·비철금속(콤비센서)·와전류 선별기 등을 거치면 재활용 과정을 완주한다. 냉장고 1대가 재활용 되는 시간은 약 30초 정도 소요된다.

수도권리사이클링센터는 폐냉장고를 하루 약 800대 처리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24만대를 재활용했다.

폐가전제품은 다양한 소재를 회수해 재활용한다. 예로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 재료는 재활용돼 다른 가전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를 통해 천연자원 소모를 줄이고 새로운 원료를 채굴하는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폐냉장고가 파쇄기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폐냉장고가 파쇄기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특히 냉장고는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으로 관리 중인 50가지 폐전기·전자제품 회수·재활용 의무대상 제품 가운데, 재활용 효율이 가장 우수하며, 기계적으로 파쇄 및 선별 처리에 적합하다. 전처리(수작업) 과정에서 전선, 인쇄회로기판(PCB), 내부 선반(플라스틱·유리), 냉매 등을 회수하면, 비교적 단순한 재질들로 구성돼 있어 고철·비철(구리, 알루미늄)·플라스틱(ABS·PS·PP) 선별이 용이하다.

냉장고는 가정이나 상업 시설에서 음식물이나 약품 등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인 가전제품인 만큼, 냉장고 폐기물 처리는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주로 냉장고 내부에 사용된 냉매와 폐오일 등 재활용하기 어려운 소재들로 인해 발생한다.

폐냉매는 '지구온난화 유발물질'로 관리하며, '대기환경보전법' 및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의 관리·적용을 받고 있다.

2015년 이후 주요 냉장고에는 자연냉매(R600a)가 사용되고 있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15년 이전에는 주로 R-12와 R-134a 냉매를 사용했는데, 두 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GWP)는 각각 1만900과 1430에 달한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데 이산화탄소(CO2)보다 약 1만900배와 1430배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E-순환거버넌스는 잔류냉매를 냉매 회수기를 통해 종류별로 각각 회수한다. 연간 폐냉장고에서 약 50톤의 잔류냉매를 회수해 대기 방출을 예방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간접적인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회수된 냉매는 적법한 인허가를 득한 폐가스류 처리업자에게 인계돼 정제·재생 또는 파괴(소각) 처리한다.

냉장고 속 재활용 구성품
냉장고 속 재활용 구성품

폐오일은 '지정폐기물'로 관리한다. '폐기물관리법' 및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의 관리·적용을 받고 있으며, 주로 콤프레셔 내부 냉동유(윤활유)가 폐오일로 발생한다. 회수된 콤프레셔 및 냉동유는 오일저장소에 별도로 회수했다가 지정폐기물 인허가를 득한 운송·처리업체에 인계해 처리한다.

센터 관계자는 “냉장고가 적법·적절하게 재활용되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유발물질인 냉매와 폐오일 등 지구온난화와 토양오염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냉장고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시범 운영 초기부터 대상 제품으로 선정돼 회수·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