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로 손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 핵심 장비를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필수 공정 장비를 국내 독자 기술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신오토클레이브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초고압 온간 정수압 프레스(WIP: Warm Isostatic Press)를 개발, 국내 배터리 제조사 파일럿 라인에 공급했다.
시험 생산용 설비지만 준양산 수준 공정 대응이 가능한 장비다. 이 밖에 국내 복수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제조사에도 연구개발용 WIP 장비를 공급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정할 수 있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다만 액체 전해질 대비 높은 저항 때문에 이온전도도를 일정 수준으로 높이기 힘든 것이 기술 장벽으로 꼽힌다.
이온전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극과 전해질의 입자 밀도를 높이고 전극과 전해질의 치밀화로 계면저항을 줄이는 초고압공정(HPP)이 필요하다. 이 공정에 필요한 장비가 WIP다. 양방향으로만 힘이 작용하는 기존 일축 프레스 장비를 사용할 경우 불균일 가압으로 배터리 셀이 깨질 수 있지만 정수압 프레스 장비는 모든 방향에 균일하게 압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외형 변화 없이 배터리 이온전도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압력 용기에 물을 채워넣고 파우치에 진공 포장한 배터리 전극을 집어넣은 후 80~90도 열과 초고압을 가하게 된다. 이 공정을 거친 배터리는 전극층과 고체전해질층의 균일 접합을 통해 고치밀화·고밀도화 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는 없던 공정이지만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는 핵심 공정이 될 전망이다.
WIP 공정은 당초 세라믹, 금속, 전자부품 제조 등에 활용됐다.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보다 높은 3000~5000바(bar) 수준의 가압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의 수압의 5배에 이르는 압력이다. 일신오토클레이브는 국책과제인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독자 기술로 장비를 상용화했다.
김현효 일신오토클레이브 대표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필수 장비를 국책 과제를 통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전고체 배터리 한계로 꼽혔던 이온전도도를 10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WIP 공정이 난제를 풀어줄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