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한판 붙자”에… 이재명 “국민 삶은 도박 대상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대표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대표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직접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삶을 위한 정치는 도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6일 오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관이 감정 통제를 못 하고 국책 사업에 대해 감정적 결정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화가 난다고 수조원짜리 수년 동안 논의해 결정한 국책사업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건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래선 안 된다”며 “고속도로 위치를 옮기는 게 문제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두물머리 이용객 등의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해왔다. 지난 2009년 재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제안서가 반려됐던 해당 고속도로는 지난 2017년 제1차 건설계획 중점추진사업에 반영됐고, 2019년 3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후 2021년 발표된 예타 결과에 따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2022년 2월에 나온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도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러나 2022년 5월 8일 공개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해당 고속도로의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돼 발표됐다. 이후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보유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이 변경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당정협의회 이후 취재진에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노선 검토는 물론 도로 개설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사항을 백지화하겠다”며 “정말 필요한 노선이라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장관직은 물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이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민주당 간판 걸고 한판 붙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들에 대해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며 “뭘 걸 것인가”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대표는 “현 정부에 참여하는 분들은 도박을 좋아하는 것 같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자꾸 도박을 한다”며 “자꾸 '장관직을 걸겠다'는 얘기를 하는 데 국가에서 할 일은 도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를 놓고 자꾸 도박하자는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